** 오! 수정(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2000) - 감독 홍상수 **

- 술 많이 드세요? 술이요… 많이 드시냐고요….
- 예…. 전엔 소주는 5병까지 마셔봤고요, 양주는 3병 정도요.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대상일까요, 욕망 그 자체일까요. 현대인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철저히, 혹은 무의적으로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여자의 내숭과 남자의 과시가 그 예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의도겠지만,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삶은 거짓된 발로들이 만나는 부조리극이기도 하지만, 자기화가 난무하고 진실이 어긋나며 소통이 부재한 엄청난 광대극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모호한 주체와 비루한 일상을 흑백 화면의 낭만으로 포장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오해하며 알아갑니다. 진실과 거짓, 의도와 우연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며 그들의 인연은 아슬아슬 이어집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입니다.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 입맛은 쓰지만 여태 세상은 그렇게 지나왔는걸요. 어쩌면 오해는 이해에 다다르지 못한 또 다른 진심이래나 뭐래나.

 Tip!  본격적인 오해의 시발점인 이곳은 종로에 위치한 일명 고갈비집. 현재는 ‘피맛골 주점 타운’이라는 간판이 붙었다고 합니다. 허름한 안으로 들어가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임연수어 한 덩이와 세숫대야 막걸리 한 동이가 자동으로 주문된답니다.

JTN 권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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