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신여대 앞에서 떡복이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안(왼쪽) 씨와 김현승 씨.

서울 성북구 동선동 성신여대 앞 떡볶이 음식점.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젊은 남녀가 환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는다. 크고 작은 목소리로 가게 안은 북적인다. "에어컨 바람 때문에 춥지 않으세요?", "아니요, 너무 열심히 먹어서 더워요!" 떡볶이를 한입 가득 문 여대생들이 손을 내젓는다. 어느새 콧잔등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이미 주변에서 '떡볶이 맛집'으로 입소문을 탄 가게의 젊은 남녀 김현승(34), 이지안(33) 씨는 사실 부부 사이가 아닌, 처형매제 사이다. 닮기도 닮았지만, 우스갯소리를 주고 받으며 티격태격 손님을 맞는 모습이 영락없는 신혼부부의 모습이다.

"새벽에도 서로 문자를 주고받을 만큼 사이가 좋아요. 제가 사고를 치면 처형이 막아주고, 처형이 사고 치면 제가 막아주고. 서로 죽이 잘 맞는다고나 할까요?"

"양쪽 집에서 질투를 할 것도 같다"는 질문에 이지안 씨는 "가끔 동생이 질투할 때도 있어요"라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두 집이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어요. 거리도 거리지만 거의 한 집 살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냉장고에 있는 음식이 똑같거든요. 그렇죠 매제?"

♣ 그들이 떡볶이에서 희망을 찾은 이유

결혼한 지 4년이 넘었다는 이지안 씨는 세 살배기 아이의 엄마다. 하지만 평범한 떡볶이집 사장으로 보였던 그는 미대를 졸업하고, 석사과정까지 마친 재원이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겠다는 꿈도 가지고 있었다.

"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강의 제안도 있었지만, 아이와 이틀씩 떨어져 있을 수는 없어 지금은 그 꿈을 잠시 미루어 둔 상태예요"라고 이지안씨는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학력의 이지안씨가 떡볶이 음식점을 차린 이유가 궁금해졌다. 여대 앞에서 가게를 열게 된 계기를 물어봤다. 



"사실 제 아이가 선천적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가지고 있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약을 먹고 있어요. 병원에서도 아직 분명한 원인을 찾지 못했고요."

시종일관 환한 웃음으로 대답해 주던 이지안씨의 눈시울이 잠시 붉어졌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 하지만 그와 남편의 가족 중에는 그 병을 가진 환자가 없었다. 아이가 처음이었다. 

병원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엄마의 식생활에 원인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제가 인스턴트 음식이나 화학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었을 때 나쁜 성분을 차단할 수 있는 방어벽이 없는 체질일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나쁜 성분을 그대로 흡수하는 체질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태어난 후 100일 가까이 책만 읽었다. 전문서적에서부터 식생활과 관련된 잡지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각 재료의 효과부터 인스턴트 음식의 악영향까지 다양한 내용을 알게 되면서 식생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여성은 아이를 낳기 7년 전부터 환경적인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글을 읽는 순간 가장 많이 울었다. "임신한 후 제 식생활에 대한 죄책감이 많이 들었어요. 그 때는 너무 힘들었죠."



♣ ‘미래의 엄마’ 여대생을 위한 ‘희망 떡볶이’

떡볶이 음식점을 여대 앞에 낸 것은 이지안씨의 의지였다. 앞으로 엄마가 될 여대생들이 햄버거, 피자 등의 패스트푸드 보다 건강에 좋고, 간편한 떡볶이를 먹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돈을 버는 것도 목적이었지만, 내 아이와 또 앞으로 세상에 태어날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무엇 하나도 쉽게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 쌀로 만든 떡을 사용했고, 심지어 파 한 단 조차도 우리 농산물을 사용해 누구에게나 떳떳할 수 있는 음식을 내놓았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아픔을 주게 되는 일은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이지안 씨의 따뜻한 마음이 음식을 만드는 매순간을 새롭게 만들었다.



♣ 환한 웃음이 가득한 그들의 떡볶이 세상

이제 개업을 한 지 두 달 남짓.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한다. 불 조절에 실패해 떡이 퍼지기도 하고, 떡볶이 맛이 들쑥날쑥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대생들은 물론 퇴근길 직장인들과 가족들도 많이 찾는 떡볶이 명소가 되었다.

이 가게의 떡볶이는 고추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고춧가루로만 매운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식어도 쫄깃쫄깃한 떡의 식감 역시 이 집 떡볶이의 자랑이다.

"맛도 맛이지만 믿을만한 먹거리가 없는 요즘,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떡볶이를 손님에게 드리는 것이 내 보람이다"고 김현승 씨는 강조했다.





두 사람에게는 떡볶이를 만드는 매순간이 즐겁다. 흔한 음식이지만 누구보다 좋은 재료로, 누구보다 정성이 담긴 마음으로 떡볶이를 만드는 지금의 일이 더 없이 행복하다. 아직은 이루지 못한 꿈을 소중히 품은 채 손님을 맞는 두 사람의 얼굴이 내내 환한 웃음으로 가득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글/사진=농림수산식품부 블로그 기자 서동일, 신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