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 만나...10월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만화 ‘쾌걸 조로’나 ‘마스크 오브 조로’라는 영화로 우리에게 친숙한 그 이름 ‘조로’. 뮤지컬 ‘조로’가 3년 만에, 그것도 정통 라이선스의 틀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았다.

뮤지컬 ‘잭더리퍼’, ‘삼총사’ 등 라이선스 작품을 각색하여 재창작하는 데에 탁월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제작사 엠뮤지컬아트와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계 마이더스의 손 왕용범 연출, 박성준 작곡가 등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에이티브 팀이 한데 뭉친 작품.

여기에 실력파 배우 김우형, 양요섭, key, 처음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휘성 등 티켓파워를 갖춘 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되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로’라는 인물은 ‘배트맨’이나 ‘슈퍼맨’, ‘스파이더맨’처럼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이중생활을 하는 영웅 캐릭터의 원조 격이다. 그들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가면 뒤로 가려져 있는 실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인데 매 시리즈마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해대는 영화 속 히어로들처럼 ‘조로’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고전 텍스트의 변주에 능한 왕용범 연출은 이번에도 이에 착안한 듯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빼어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힘없는 민중들을 위해 싸우는 정의롭고 용감한 영웅 ‘조로’. 그런 그도 역시 한 사람의 나약한 인간이며 동시에 대중들의 영웅을 기다리는 심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임이 부각되었고, 전체적으로 대를 이어 전승되는 ‘조로’라는 설정은 원작보다는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의 설정에 가까워졌다.

배경은 스페인령 캘리포니아. 20년 전, 포악한 총독으로부터 민중들을 해방시켰던 ‘조로’의 전설이 남아있는 곳이다. 스페인의 군대를 이끌고 있는 ‘라몬’ 대위는 캘리포니아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모종의 음모를 꾸미며, 민중들에게 착취와 악행을 일삼는다.

이 때, 광산에 끌려가 죽을 고생을 하고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온 ‘디에고’가 ‘라몬’의 악행을 폭로하려는 중에 그만 사살당한다. 그러나 죽은 줄만 알았던 디에고는 집시퀸 ‘이네즈’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되고 복수를 위해 ‘이네즈’와 괴짜 신부 ‘가르시아’의 도움으로 새로운 조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2막에서는 본격적으로 ‘라몬’의 음모를 밝혀내어 저지하려는 ‘조로’ 일행의 활약이 생생히 그려지는데, 그 과정에서 20년 전 ‘조로’의 비밀이 밝혀지며 대단원을 향해 나아간다.

2014년 뮤지컬 ‘조로’를 한 마디로 추천한다면 바로 '풍성하고 색다른 볼거리'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음악의 힘은 기대 이상이다. 원작 속 집시킹스의 음악과 함께 박성준 작곡가가 새롭게 작곡한 뮤지컬 넘버들은 흥겨운 리듬과 매혹적인 선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또한 정열적인 스패니시 음악과 함께 선보이는 플라멩고 댄스, 22인조 앙상블과 주,조연들이 빚어내는 군무는 그 자체로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화려하고 역동적이다. 2막 초반 무도회장과 커튼콜에서 대열을 갖추고 펼쳐지는 칼안무는 정말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장관이다.

또 액션 뮤지컬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검술 대련 같은 역동적인 스턴트액션이 많아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번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달리는 기차 위에서 ‘조로’와 ‘라몬’이 대치하는 장면은 바로 눈 앞에서 웨스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쥘 정도.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며 공들여 연습했는지 첫 공연 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합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뮤지컬 조로에서는 캐릭터가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약간 맹하면서도 단순한 ‘디에고’, 정의롭고 용감하지만 알고 보니 푼수덩어리 귀염둥이인 ‘루이사', 사건의 비밀을 간직하고서 조로를 뒤에서 뒷받침해주는 ‘이네즈’, 수수께끼 괴짜 신부 ‘가르시아’까지. 여기에 폭군 ‘라몬’과 그를 지지하는 시장 ‘알레한드로’까지 각자가 그들 나름의 사연을 지니고 있어 아무리 악역이라 해도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다.

주연 배우들이 뮤지컬 넘버를 소화해낼 때도 좀 더 멋스럽게 잘 부르기 보다는 각자의 캐릭터에 충실해서 소화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극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가르시아’나 ‘이네즈’ 같은 조연 캐릭터들이 중간중간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다.

뮤지컬 조로는 특이하게도 커튼콜 장면 역시 카메라 촬영이 금지되는데, 그 이유는 커튼콜 역시 본 공연의 연장이자,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폭발적이고 열정적인 순간이기 때문이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음악과 춤, 그리고 20여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무대는 정말 피가 뜨거워질 만큼 열정적이고 흥겨워서 그간 쌓였던 피로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듯 신나고 흥겹다.

조로라는 인물은 어떤 특정 인물이라기 보다는 작고 나약한 듯 보였던 민중들이 자신 안의 숨겨진 용기와 정의로운 마음을 투영하는 희망적인 동시에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그 위대한 존재는 우리 마음 속에 언제나 함께 한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 역시 어렵고 팍팍한 현실에 좌절하고 주저앉기 보다는 이 기회에 우리 마음 속에 까맣게 잊고 지냈던 각자의 조로를 찾아내고, 다시 신나게 살아갈 힘을 얻는 그런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JTN 임귀연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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