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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 [리뷰] 영화 '뷰티 인사이드'

매일 변하는 남자와 변하지 않는 특별한 사랑




[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자고 일어나면 어김없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외모가 바뀌는 사람이 있다면?


현실에서 믿기 힘든 황당무계한 설정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자고 일어나면 매일 노인, 아이, 여자, 남자, 심지어는 외국인으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남자인 ‘우진’을 둘러싼 사랑이야기이다.


‘미녀와 야수’ 속 저주에 걸린 야수처럼 평생 혼자 살아야 할 처지에 놓인 그에게도 어느 날 운명처럼 진실한 사랑이 찾아온다. 매일매일 모습이 바뀌기 때문에 다가가지 못하고 항상 곁에서 그녀 모르게 지켜봐야만 했지만,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한결같이 친절하고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그녀이기에 그는 결국 고백하기로 큰 결심을 한다.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연애는 꿈에 불과한 그의 사랑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무려 21인의 배우들이 주인공 '우진' 역을 맡은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이 영화는 세계 2대 광고제인 칸 국제광고제와 클리오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석권한 동명의 소셜필름이자 광고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30분짜리 짧은 단편 영화 같은 원작을 한국적인 정서와 감수성, 그리고 현실적인 상상력을 더해 두 시간 여의 장편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잘 나가는 광고연출가이자 다양한 이력을 가진 백종열 감독의 첫 영화 연출작 답게 영화를 보는 내내 흡사 잘 만든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듯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영상과 음악들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21명의 각기 다른 ‘우진’과 ‘우진’이 사랑하는 단 한 여자 ‘이수’의 연기 호흡이다. 


수많은 연기자들이 연기한 ‘우진’이라는 캐릭터를 똑같은 정체성을 가진 한 사람으로 믿게 만들고 배우들 각자의 개성에 맞는 대사와 연기를 끌어낸다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관객들은 별 어색함 없이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영화의 히로인인 ‘이수’역의 한효주의 열연이 돋보인다. 모든 남자들이 꿈꾸고 선망할 것 같은 매력적인 얼굴, 성격, 옷차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원래 자기 모습인 양 자연스레 소화하고, 호소력 있는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여기에 풋풋하면서도 섬세한 매력의 ‘우진’을 보여주는 박서준, 담담하지만 쓸쓸하게 이별을 말하는 ‘우진’을 보여주는 김주혁, 또 각기 다른 느낌으로 차분하고 애잔한 연기를 보여주는 유연석과 우에노 쥬리 등 21인의 배우들 각자의 매력과 개성을 보는 신선한 재미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편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특이한 소재를 다룬 판타지 로맨스이면서 동시에 관객들 다수가 공감할 수 있게끔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과 과정들을 일상을 기록하듯 현실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의 연애 역시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첫 만남에서 서로 사랑하게 되기까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을 통해 관객들은 불가능을 이겨내고 서로를 변화시키는 사랑의 위대함을 만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랑이 이내 변해버리기도 하고 모든 것을 망쳐버리기도 하는 것이 곧 현실. 


영화는 관객들 스스로에게 종종 묻는다. ‘내가 ‘우진’이라면?’ 또는 ‘내가 ‘이수’라면 과연 어땠을까?’라는 그런 현실적인 고민들을 관객들 스스로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런 사랑의 서로 다른 여러 관점들을 때로는 나레이션을 통해 남자인 ‘우진’의 입장에서, 때로는 여자인 ‘이수’의 앵글에서 독백을 통해 세심하고 다양하게 보여주며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매일매일 색다르고 설레고 따뜻하기만 했던 하루하루들이 어느 순간,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며 갑자기 감당할 수 없이 버거워지고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 ‘이수’. 힘겨워하는 그녀의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별을 선택하게 되는 ‘우진’.


이처럼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이유는 다를지라도 어찌 보면 내 이야기 인양 관객들 저마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랑의 단상을 마주하게 만든다. 


장애물이 없는 사랑은 없다. 모두가 사랑했던 기쁨의 순간만큼 갑작스레 닥쳐 온 이별에 가슴 찢어질 듯 아파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심코 지난 날 연인과 함께 듣던 음악소리를 듣고서 사무치는 그리움에 눈물짓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돌아올 수 없는 어제의 ‘우진’을 추억하며, 기다리는 ‘이수’의 모습은 이토록 관객들 가슴 속에 아련한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눈으로 보이는 겉모습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단순하게 외치는 영화는 아니다. 역설적으로 매일매일 겉모습이 변화하는 영화 속 설정을 통해 함께 늙어가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익숙함이 사랑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만든다. 첫 눈에 깨닫지 못하는 많은 것들, 마음의 눈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들, 그렇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우진’이 이별 선물로 ‘이수’의 몸에 딱 맞춘 의자를 선물하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을 담아 보내는 장면이나, 그녀가 훗날, 어느 블로그에 올라 온 가구들을 보고 한 눈에 그가 디자인 했음을 알아보는 장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진’만이 먼저 알아볼 수 있던 그녀가 한참 시간이 지나 재회했을 때, 비로소 그를 알아보고 먼저 손을 잡아주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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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임귀연 객원기자 press@jtn.co.kr
  • 기사입력 : 2015-08-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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