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8개 부문 석권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희망”은 영화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큰 미덕 아닐까?

대니 보일의 신작이자, 올해 아카데미 8개 부문 최다 수상에 빛나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희망’이라는 추상의 개념을 완벽에 가까우리만치 형상화해내는 데 성공한다. 감독은 교육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인도 빈민가 출신 ‘자말 말리끄’가 퀴즈쇼에서 천만 루피의 상금을 획득하기까지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카메라로 절묘하게 잡아내며 전 세계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았다.

대니 보일 감독은 ‘달리기의 천재’? 그를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려준 ‘트레인스포팅’에서도 그러더니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도 주인공들은 뛰고 또 뛰어야만 했다. 감독은 슬럼가 어린 소년들이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만 했을 처절한 몸부림과 찬란한 생명력을 거침없는 카메라 워킹에 담아내며 다시 한 번 그의 스타일을 상기시킨다.

이 영화가 위대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인도의 이국적 풍경과 빈민가의 모습을 향토색 짙게 사실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영화 속 대부분의 공간을 실제 장소에서 촬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대니 보일은 스태프들을 데리고 모든 로케이션 지역을 먼저 방문, 카메라 동선과 접근법을 꼼꼼히 구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 35mm 카메라가 아닌 첨단 디지털 카메라(디지캠)로 현장을 찍는 방법을 선택했다. 슬럼가의 중심으로 들어가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이끌어내기 용이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렇게 완성된 필름은 “‘트레인스포팅’을 넘어선 대니 보일만의 생기 넘치는 스타일”이라는 극찬까지 받게 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슬럼가 출신 18세 소년 ‘자말’이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퀴즈쇼에 참가하게 되고, 최종라운드에 진출하면서 시작한다. 통신사 텔레마케터들에게 차를 나르는 일을 하던 자말이 어떻게 천만 루피에 해당하는 상금을 획득할 수 있었는지 부정행위를 의심한 경찰은 그를 사기죄로 체포하게 되고 점차 그가 살아온 모슨 순간순간이 정답을 맞출 수 있는 실마리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아울러 그가 퀴즈쇼에 출연하게 된 진짜 이유는 그가 사랑하는 한 여인 때문이란 사실도 알게 되는데...과연 이 소년은 마지막 퀴즈문제를 맞추고 사랑까지 쟁취할 수 있을까? 기적보다는 운명에 가까운 자말의 이야기는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란 메시지를 결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전달한다.

보수적인 아카데미상조차도 두손두발 다 들어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국 영화’인 이 작품에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8개 부문의 상을 안겨줬을 정도로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열풍은 대단해 보인다. 골든글로브, 전미 비평가협회상 등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열린 각종 영화제에서 무려 88개의 상을 휩쓰는 기적을 일궈냈다. 마치 한 인도 소년이 퀴즈영웅으로 우뚝 선 희망이야기가 현실이 된 것처럼, 인도에서 궂은 촬영 마다 않고 훌륭한 작품 찍어내 지금은 세계 최고가 된 대니 보일 감독과 할리우드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는 인도 출신 배우들. 지금쯤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지는 않을까?

“해내리~ 해내리~”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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