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이소영 예술감독(왼쪽),소프라노 박은주.ⓒJTN NEWS [사진=유승관 기자]

오페라 무대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살인비극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JTN뉴스] '살인'을 코드로 지난 3월과 4월 '맥베드'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가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무대에 올려진 데 이어 국립오페라단 2010년 오페라무대의 대미를 장식할 '룰루'가 오는 25일 국내 초연된다.

오페라 '룰루'(1937년 초연. 알반베르크)는 모두에게 짓밟혀진 후 세상의 파괴자로 변한 여성의 숙명을 그린 작품.

독일작가 프랑크 베데킨드의 희곡 '대지의 정령'과 '판도라의 상자'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사회의 밑바닥에서 비천한 생활을 하던 여주인공 '룰루'를 중심으로 그녀에게 투사된 남자들의 욕망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에로스, 권력과 유혹을 둘러싼 유희를 그린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페라 '룰루' 제작발표회에서 국립오페라단 이소영 예술감독은 "올해 공연 중에 '룰루' 만큼 대외적으로 관심을 갖는 작품이 없는 것 같다"며 "2008년 국립오페라단에 부임하자마자 3년 기획안에 넣었던 작품이다. 이번에 무대에 올릴 수 있어 영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룰루'는 20세기 오페라를 보는 눈을 바꿔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룰루를 통해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며 "오페라도 인간 감정의 본질을 사회적인 문제로 품어 안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또 이 작품이 국내 초연되는데 대해 "그동안 '룰루'를 공연할 수 없었던 것은 '룰루'를 감당해낼 수 있는 소프라노가 많지 않아서다. 소프라노 박은주씨 만이 국내에서 '룰루'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적격자라고 생각한다"며 "'룰루' 주변의 역할 또한 고통스러운 작업을 해야하는 캐릭터다. 이러한 이유로 '룰루'는 감히 무대에 올릴 수 없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바리톤 사무엘 윤.ⓒJTN NEWS [사진=유승관 기자]

오페라 '룰루'의 국내 초연 무대에서 치명적 유혹의 '룰루' 역은 지난 2007~8년 시즌 독일 브레머하펜 극장에서 '룰루' 역을 맡아 능숙한 고음처리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받은 소프라노 박은주가 맡아 열연한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소프라노 박은주는 "'룰루'는 형상이 너무나 뚜렷하지만 형상이 없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남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아우라가 있는 여자, 가해자인 것 같지만 사실은 피해자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박은주는 "많은 오페라를 해왔지만 이 작품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오페라"라며 "한 번, 두 번 작품을 보실때 마다 이 작품의 매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룰루가 사랑한 남자 '쇤박사', 룰루를 처참히 죽이는 연쇄살인마 '잭더리퍼'를 연기하는 바리톤 사무엘 윤은 "이 역할은 거의 정신병에 걸리기 직전의 모습까지 갈 정도로 캐릭터에 집중하지 않으면 소화하기 힘든 역할이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와 열정을 투자한 역할이 없었던 것 같다"며 "제 자신으로 봤을때 더 좋은 성악가가 되는 발돋움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룰루를 사랑하고 결국 자살에 이르는 '화가'-매춘부가 된 룰루의 '흑인 손님' 역은 테너 김기찬, 쇤박사의 아들로 룰루를 끝까지 보필하는 '알바' 역은 테너 김석철, 룰루의 아버지라 하면서 그녀를 매춘으로 모는 '쉬골흐' 역은 베이스바리톤 조규희, 룰루의 첫 무대를 열어주는 '조련사'-운동선수 '로드리고' 역은 베이스 손혜수가 열연한다.

작곡가 알반베르크(Alban Maria Johannes Berg, 1885~1935)의 오페라 '룰루' 국내 초연의 지휘는 프랑크 크라머(Frank Cramer), 연출은 크리스티나 부스(Kristina wuss)가 맡는다.

국립오페라단의 '룰루'는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윤보라 bora@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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