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윤하나 객원기자] 나이가 먹을수록 후회스러워 지는 일들이 있고, 아무리 빨라도 그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일일때가 많다.

참 답답하게 살았던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이야기. 아무리 그리워해도 손 한번 잡아 주기엔 이미 늦어버린 돌아오지 않는 존재에 대한 따뜻한 기억. 연극 '선녀씨 이야기'는 그런 공연이다.

'제30회 전국 연극제'에서 대상, 연출상, 연기대상 등 5관왕을 휩쓸었던 이 연극은 수상이 부끄럽지 않게 크지 않은 무대를 충분히 활용하는 뛰어난 연출력과 관록있는 배우들의 집중도 높은 연기력을 자랑한다.

이미 많은 작품을 통해 친숙한 배우들의 얼굴도 반갑지만, 워낙 뛰어난 주연급의 연기는 공연을 보는 동안 묻혀버린 조연급 배우들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아버지에게 매일 모진 구박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참고만 사는 어머니, 잦은 폭력 속에 숨막힐듯 답답한 집안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집을 뛰쳐나간 종우는 15년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장례식장을 찾아와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한적한 장례식장엔 여기가 어디라고 이제서야 나타났냐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쏘아대는 누나들과 뭐가 그리 좋은지 웃고 있는 어머니의 영정사진만이 덩그러니 있다.

다시 한 번 보고 싶어도 이미 늦어버린 종우의 미안하고 그리운 복잡스런 감정 속에서 그런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조용히 영정사진에서 걸어 나오는 어머니.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 선녀씨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들려준다.

자신의 이름이 왜 '선녀'로 지어졌는지 터 시작되는 길고 긴 그녀의 이야기는 이제껏 지겹게 귀 기울여 들어준 것 같지만 사실은 한 번도 신경 쓰지 못했던 어머니의 상처였다.

사실 '선녀씨 이야기'는 지금 20,30대 보다는 그 윗 세대의 어머니들 모습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이해가 안가고 충분히 답답한 감정을 들게 할 만한 옛날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무대 막이 내려지고 나면 연령대에 상관없이 오래오래 무대를 향해 박수 갈채를 보내는 것은 몇 번을 칭찬해도 아깝지 않은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와 극 구석구석에 녹아있는 따뜻한 온기, 재치있는 연출력의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성이라 하겠다.

눈길을 잡아 끌 만한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어찌보면 참 뻔한 옛날 이야기 같은 작품. 그럼에도 참 뻔해서 정이가는 '선녀씨 이야기.

아직 손을 잡아 줄 어머니가 있는 행운아 라면 조용히 주말을 채워줄 이 조용한 공연을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해보자.

연극 '선녀씨 이야기'는 오는 9월15일까지 대학로 아트센터K 네모극장에서 공연된다.

JTN 윤하나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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