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윤하나 객원기자]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대학로의 잔뼈 굵은 극단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개막작이다.

10주념의 기념을 축제처럼 만들고 싶다던 극단 간다의 바람대로 공연의 라인업은 잔치스럽게 북적북적하다. 9가지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어져 최대 19명의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속에는 극단 '간다' 전 멤버가 총 출동함은 물론, 오용, 박한근, 김늘메, 이동하 등 14명의 대학로 인기 게스트들의 출연으로 축제날을 골라보는 재미까지 더해 놓았다.

'올모스트 메인'의 배경은 거의 메인주에 속해 있는 북쪽의 한 오지 마을이다. 오로라가 보이는 이 가상의 마을에서 한 겨울 금요일밤 9시에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9커플의 이야기를 보여 주는 내용의 이 작품은 극작가 보다는 배우로 더 친숙한 미국 인기 TV시리즈인 '로앤오더'의 존 카리아니의 작가 데뷔작이다.

작품의 배경인 메인주가 고향인 이 남자는 연기 뿐만 아니라 글도 잘 쓰는지 2006년 초연이래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쟁쟁한 언론의 극찬은 물론이고, Smith and kraus 에서는 2006년 최고의 신작으로 선정 되었다.

작품 속 올모스트 사람들은 저마다 사랑을 한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심장이 고장 나 버린 여자도, 사랑이 한 차례 끝나고 나서 다시 운명을 찾은 이도, 통각이 발달하지 못해 아픔을 못 느끼는 남자도, 너무 오랜 연인사이가 지쳐버린 그녀도, 이제까지 친구로 지내 새로운 시작이 어색하기만한 친구도 모두 각자의 사랑을 하고 있다.

헤어졌다고 해서 지나간 시간이 사랑이 아니거나, 늦었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 그들은 헤어지고, 만나고, 잃어버리고, 시작한다.

참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이 작품의 매력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와 옴니버스 형식임에도 산만하지 않은 잘 만든어진 극의 하모니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짧지만 충분히 내용 전달을 하고, 그 내용 전달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배우들의 연기는 크리스마스 시즌 이면 다시 한번 봐야 할 것 같은 영화 '러브액츄얼리'가 실시간으로 눈앞에서 상영되는 기분이 들게한다.

달콤하고 따뜻한 사랑을 하고싶은 이 알콩달콩한 작품은 극장을 나오고 나서도 한 동안 빙그레 웃음을 짓게 만들 것이다.

사실 공연장을 찾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축제같은 분위기의 '간다'의 작품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루에도 생겼다 사라지는 수많은 극단들이 넘쳐나는 대학로에서 10년이나 자리를 지켜온 극단이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인 만큼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도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 이 극단의 작품은 늘 담백하고 차분하기 그지 없었으니까.

재미가 없거나 지루하다는 말이 아니다. '간다'의 작품은 나에겐 충분히 사실적이었고 늘 뭔지도 모를 대상에 화나있는, 혹은 너무 달리기만 해서 지친 마음에 한번쯤 돌아보거나 천천히 쉬어가게 점을 찍어주던 깔끔한 국수 한 사발 같은 작품 이었다.

시끌벅적함이 매력인 '축제'라기 보다는 휴식과 충전에 가까운 작품을 보여 주었던 만큼 축제 같은 그들의 공연은 쉬 상상이 가지가 않았던 터.

하지만 이번 '올모스트 메인'을 보고나서 이미 그들의 축제를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랑'은 늘 최고의 이벤트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기념할 만한 순간이 아니겠는가.

눈이 오는 시즌이면 끝 없이 방 구석에서 티비로 만나던 홀로 집을 지키는 꼬마나, 스케치북 넘기는 남자와는 이제 이별 하자.

당신의 눈 앞에 아홉 빛깔 사랑을 펼쳐내줄 동화같은 작품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편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내년 1월19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JTN 윤하나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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