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윤하나 객원기자] 공연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살다보면 종종 제목이나 시놉시스 몇 줄만 봐도 대략 알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게 되고, 사실 너무 내용이 미리 보이면 그 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관람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세상엔 너무 뻔 해도 좋은 이야기가 있고, 너무 뻔 해서 좋은 사람이 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항상 눈물을 쏟아내게 하고, 오해와 피치못할 인연으로 꼬여버린 연인들이 안타깝듯이 말이다.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은 개그맨과 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이동우'가 2004년 후천적으로 실명을 판정받은 후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슈퍼맨 프로젝트’라는 슬로건 아래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도전이다.

시력을 잃었다는 큰 시련 앞에서도 철인 3종 경기 완주와 첫 솔로 재즈 앨범 발매 그리고 단독 콘서트 개최 등을 통해 희망의 아이콘을 자처하며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이번 도전은 실제로 그의 삶에 빛이 되어 준 딸을 생각하며 만들고 준비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그는 보통의 배우들도 많은 연습을 통해 완성하는 연기동선을 남들보다 2배, 3배 노력하며 배우들과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꾸며진 연기가 아닌, 앞을 볼 수 없어 더욱 더 애틋한 아빠의 사랑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내 마음의 슈퍼맨' 은 긴긴 무명시절 끝에 드디어 연기파배우로 이름을 떨쳤으나,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매니저 진호와 고향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왕년의 스타 성구 에게 어느 날 10살 된 딸이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가진 것이 없어서 꿈을 포기 할 수 없어서 헤어져야만 했던 여자를 가슴에 묻고 과거에 대한 아쉬움으로 살아가는 성구와 이제야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성구에게 시력을 앗아간 것이 본인이라는 죄책감을 지고 살아가는 그의 매니저 진호의 일상적인 삶에 어느날 뛰어든 10살 짜리 딸 '단아'는 무채색 그림에 툭 떨어진 색깔 물감마냥 그들의 생활에 스며들어 오래 잊고 살았던 따뜻함을 전해준다.

완벽하지 못한 아빠라서 더욱 애틋하고 복잡한 성구의 마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열리고, 아이의 눈을 통해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는 어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유를 받는다.

보지 않아도 대략적으로 내용을 알 것 같은 이 뻔한 이야기를 '7번방의 선물'이나 '아빠 어디가' 처럼 유행을 타고 쏟아지는 많은 부성애 작품중의 하나로 치부 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할과 너무 닮아있어 연기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전해지는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딸을 위해 뭔가를 해 주고 싶어도 남들보다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거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불 가능하다는 것이 현실로 닥쳐올 때 무너져 내리는 아빠의 모습은 늘 따뜻하게 보듬어줘 눈물을 닦아주던 엄마의 그것과는 다르다.
 
함께 울고 품에 안아주는 부드러운 사랑이 아니라, 입안으로 울음을 삼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려고 하는 우리네 아버지에 처진 어깨를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내 마음의 슈퍼맨'은 무서운듯 해도, 시큰둥 하고 재미가 없어도 참 뻔해서 좋은 아빠 같은 연극, 자식에게 만은 슈퍼맨이 되고싶은 아빠를 만나는 따뜻한 연극, 아버지 라는 말 보다는 아빠라는 애교섞인 부름이 어울리는 연극이다.  

'내 마음의 슈퍼맨' 오는 4월6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만나볼 수 있다.

JTN 윤하나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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