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어떤 영화나 공연을 볼지 정할 때, 재미를 보증하는 무언가를 찾아 선택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 작품에 유명배우가 출연한다거나 거장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재미는 보장된 거라 믿고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항상 초연하는 작품들을 관람할 때는 어떤 작품일까 설레기도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칠까 걱정되는 것이 관객의 솔직한 마음이다.

제목만 본다면 ‘오 마이 달링’은 커플들을 위한 달콤하고 뻔한, 약간은 유치한 듯 손발이 오그라드는 작품일거라 생각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공연장을 찾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막상 이 공연이 시작되면 이내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며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던하고 깔끔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데자뷰처럼 익숙한 상황과 전개에 반가움마저 드는 관객들도 많을 텐데, ‘오 마이 달링’은 바로 ‘라이어’ 연작과 ‘룸넘버13’ 으로 대중적으로도 친숙한 레이 쿠니의 아우라가 한껏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영국 코미디극의 대부로 불리는 레이 쿠니의 ‘Not Now Darling’으로서 전 세계 40개국에서 인기리에 상연되어 왔으며, 지금까지 국내에는 ‘달링’이란 타이틀로 몇 차례 공연되기도 한 작품이다.

그러나 ‘오 마이 달링’은 정식 라이선스를 가지고 상연되는 공식적인 국내 초연작으로서, 원작을 2014년 현재의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상황에 맞게끔 세련되고 깔끔하게 각색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뻔뻔하리만치 자신감 넘치는 바람둥이 ‘박 이사’는 아내가 잠시 출장 간 사이, 청담동의 최고급 모피샵에서 그의 애인에게 최고급 모피코트를 선물하고서 멋지게 하룻밤을 보낼 생각에 들떠 있다.

여기에 친구이자 순진하고 소심한 ‘디자이너 유’까지 끌어들여 그의 내연녀에게 자연스럽게 모피코트를 선물할 계획이다.

그런데 완벽했던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여기에 갑작스런 아내의 귀국으로 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박이사’와 ‘디자이너 유’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청담동에 위치한 고급 모피샵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하룻밤, 아니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두 남자에게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들은 마치 시트콤을 보듯 유쾌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꼬일 대로 꼬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이 위기를 모면하려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불쌍할 정도로 안간힘 쓰는 두 남자의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로 펼쳐진다.

거짓말은 들통나고 비밀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되어있는 법. 하지만 그 뻔한 결론에 도달하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이 연극의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운명의 장난이라 느껴질 것 같은 이 황당한 시추에이션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애쓰는 두 인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공감도 되고, 때로는 연민의 감정도 든다.

이러한 요소들이 관객들에게 억지 웃음이 아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중간중간 ‘추 보스’와 ‘디자이너 유’의 깨알 같은 작명 센스와 위트 있는 대사들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이 작품의 일차적인 재미는 지루할 틈 없이 쉴 새 없이, 또 치밀하게 연기하는 개성적이고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 감상에 있다. 공연 시간 내내 암전 없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따라 가다 보면, 실제처럼 한껏 몰입한 배우들의 실감나는 열연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푹 빠져서 보게 된다. 마치 자기 일처럼 놀라 까무러치기도 하고, 손에 저절로 땀이 나기도 한다. 심지어는 터질 듯한 긴장으로 가슴이 조마조마해진 나머지 주위 시선도 잊은 채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 쉬어 좌중에 큰 웃음을 주는 관객도 있을 정도다.

이 연극에서 또 다른 재미는 극 전개의 핵심적인 소재이자 여자들의 ‘베스트프렌드’라 할 수 있는 최고급 모피코트를 차지하는 주인공이 과연 누가 될 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막장 스토리가 거부감 없이 신선하게 와 닿는 것도, 이 모피코트 하나를 두고 펼쳐지는 여자들의 화끈하고 기막힌 해프닝이 기발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거미줄같이 촘촘한 전개로 잘 달리던 작품이 허무할 정도로 급 마무리되는 결말이 다소 아쉬웠지만, 원래 코미디가 그런 법이니 훈훈한 엔딩을 느끼기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공연장을 나오며, 관객들은 어설픈 감동이나 여운보다는, 시원하게 웃고 즐겼다는 만족감 하나로 뿌듯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 '오 마이 달링’은 신도림 프라임아트홀에서 6월 1일까지, 대학로 해피씨어터에서는 8월 31일까지 관객과 함께 할 예정이다.

JTN 임귀연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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