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 연극 ‘흉터’는 끔찍한 어떤 사건 이후,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개인적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는 공포 심리극이다.

얼마 전, 연극 흉터를 보기 위해 인적이 드문 대학로 골목에 위치한 지즐 소극장을 찾았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어두운 조명과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대가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곧 공연이 시작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대학 때부터 절친한 친구였던 ‘동훈’과 ‘재용’이 산길을 헤매고 있다.

길을 잃고 헤매다 우연히 당도하게 된 아무도 살지 않는 산장. 여기에서 8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나 기억에서 지워진 줄 알았던 ‘지은’에 대한 기억이 환영처럼 되살아나며 두 사람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다가온다.

서서히 드러나는 공포의 실체와 그들의 과거. 과연 8년 전, 그들에게 있었던 끔찍한 사건의 전말은 무엇인가. 흉터처럼 남은 충격적인 기억이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관객들은 마치 한 여름 밤, 수박 한 통 앞에 두고 으레 친구나 선배들이 여름MT 때에 들려주던 믿거나 말거나 미스터리 공포 실화를 바로 눈 앞에서 목도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 70분 내내 숨죽이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여기에 장기 공연되며 공포스릴러 연극으로 화제가 된 공연답게 무서운 것은 기본이요, 쭈뼛쭈뼛 잔뜩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터뜨려주는 재치 어린 장면들도 빼놓지 않고 있어 관객들의 얼굴은 공포와 기대에 들떠 상기되어 있었다.

배우들의 숨소리 하나까지 다 들리는 듯한 겨우 70석 남짓의 작은 소극장 무대에서 라이브로 공포 연극을 본다는 것은 이색적인 체험인 것은 분명하다.

언제 어디에서 뭔가가 튀어나올지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 속에서 치밀하게 연출된 무서운 장면들은 1초도 딴 생각을 할 틈 없을 없도록 놀라운 긴장감과 몰입을 선사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전개를 통해 얽히고 설킨 미묘한 세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변화가 드러나는데, 이 때에 실제처럼 자연스레 열연하는 세 배우들의 연기력이 무척 빛났다.

여기에 관객들이 사건의 진실에 거의 근접했을 무렵, 영화 ‘식스센스’ 뺨치는 반전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따악’ 치는 탄탄한 연출력은 이 연극을 본 관객들에게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 것이다.

연극 ‘흉터’는 정말 잘 만들어진 심리극이다. 극 중 인물 설정이 남 얘기 같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일상적이었고, 인물간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드러낼 수 있도록 다분히 입체적이었기 때문이다.

연극 속 세 인물들은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인물들이다. 대학 내내 사랑과 우정을 이어오며 많은 추억을 함께 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그 대상이다.

친구에서 자연스레 연인으로 발전한 ‘동훈’과 ‘지은’ 커플을 흐뭇하고 눈길로 바라보는 ‘재용’, 그런 ‘재용’을 마냥 사람 좋고 현실감각 없다며 애정 어린 목소리로 타박하는 엄친아 ‘동훈’.

이 둘 사이에서 밝고 씩씩한 홍일점인 ‘지은’은 장차 ‘동훈’과의 행복한 결혼을 꿈꾸고 있다.

이 셋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행복하고 화기애애해 보인다. 그러나 8년 전 ‘지은’의 죽음에 얽힌 사건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그 가면 속에 숨겨져 있는 추악한 비밀들이 수면 위에 하나, 둘 떠오르게 된다.

특히 인간 내면의 불완전하고 나약한 감정들이 어떻게 끔찍하고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여기저기 관객들에게서 짧은 탄식이 터져 나올 정도.

식상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색다른 분위기의 연극을 만나보고 싶은 관객들이라든지, 올 여름에 공포영화보다 더 리얼하고 오싹한 공포를 느껴보고자 하는 커플들이라면 올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그 이름이 아깝지 않은 공포 심리 스릴러 연극 ‘흉터’에 도전 한 번 해보시는 게 어떨까.

연극 ‘흉터’는 대학로 지즐 소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JTN 임귀연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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