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뮤지컬은 춤·노래·연기(대사)의 총합이라고 한다. 이들 3박자가 조화롭게 어울려야 뮤지컬답기도 하거니와 제 맛이 난다는 말인데, 요즘에는 이런 고정된 시각에 ‘반기’를 든 작품들이 등장해 뮤지컬 진화를 웅변한다.

이른바 ‘댄스뮤지컬’이라는 것도 이런 진화의 한 형태다. 한국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변화와 혁신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의미로 국내 한 대기업 광고에도 활용된 바 있는 이 '백조의 호수'는 백조와 흑조(오딜) 등 '튀튀(발레복)'를 입은 여성 무용수들의 전유물이었던 역할을 남성으로 트랜스젠더(성전환)시킨 파격적 발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공연계에서는 영국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 성공신화의 상징 대접을 받기도 한다.

엄격히 말하면 이 '백조의 호수'는 현대발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관객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발상이 매우 대중적이라는 점에서 뮤지컬로 치장돼 '댄스뮤지컬'이라는 신종 장르로 대접받았다. 사실 5년 전 이 작품의 내한공연 이후 한국에서 댄스뮤지컬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이를 닮으려는 시도가 적잖게 이뤄졌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영국제로 이 분야의 대표작이라면 2010년 초 한국 무대에 상륙하는 '콘택트(Contact)'는 댄스뮤지컬 분야의 미국 대표선수다. '뮤지컬'이라는 간판을 내세웠다고 해서 '춤·노래·연기 3박자'에 충실한 무대를 상상했다가는 자칫 실망하거나 오해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뮤지컬 진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콘택트'는 새로운 경험과 충격을 제공할 매우 좋은 예다. 세 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뮤지컬 '콘택트'는 제목처럼 인생사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접촉과 소통'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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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월간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