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배우 정혜선의 어머니 연기 ‘가슴 뭉클’

“우리 엄마를 찾습니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27일 첫 선을 보였다.

신경숙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연극화한 ‘엄마를 부탁해’는 정혜선 길용우 심양홍 서이숙 등 중견배우들이 총출동해 공연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

드라마 PD이자 전 EBS사장을 역임한 고석근 감독이 무대로 돌아와 만든 이 작품은 인기 희곡작가인 고연옥 씨가 각색을 맡아 완성도 있는 연극으로 거듭났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광고.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이 광고 속에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애끓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이를 신경숙 작가는 우리 시대 어머니의 이야기로 승화시켰고, 무대에 올려진 ‘엄마를 부탁해’는 소설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10여년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 탤런트 정혜선은 자신의 전문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어머니 연기를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 68세의 고령에도 불구, 그는 무대에 오르는 횟수만큼이나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해내 감탄을 자아낸다.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강렬한 대사로 시작되는 이 연극은 서울역에서 실종된 ‘엄마’(정혜선 분)를 찾아 나선 4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엄마를 찾아 나선 자식들은 어릴 적 기억을 통해 그녀의 인생을 하나씩 복원해나간다.

가난한 살림에 자식 넷을 키우느라 힘들게 고생하며 사신 어머니. 시누이(고모)는 틈만 나면 와서 매서운 잔소리를 퍼붓고 ‘남편’(심양홍 분)은 어느 날 후처를 데려와 아이들에게 “이제부터 네 엄마”라고 소개한다.

철없는 ‘큰딸’(서이숙 분)은 아버지의 후처가 준 예쁜 머리띠에 그녀를 따르고, 자신을 좋아하고 따르던 시동생은 발작을 일으켜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난다. 자신의 꿈보다 소중했던 ‘큰아들’(길용우 분)이 동생들을 위해 법조인의 길을 포기하자 엄마는 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곁에 있을 때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어머니의 크고 위대한 사랑. 자식들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며 엄마이기 이전에 그녀 역시 한 여자였음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단지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루탄성 엄마 연극’을 지양, 자식들의 시점에도 집중하며 진정한 모성의 의미를 되새긴다. 과거와 현재, 판타지를 오가는 ‘마술적 리얼리즘’이 이 시대의 문제를 환기시키는 ‘사회적 리얼리즘’으로 확대되는 것.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무대연출과 배경음악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연극계의 백전노장 백성희와 박웅의 특별출연 또한 무게감을 더한다.

'엄마를 부탁해'는 오는 3월2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JTN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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