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 수 없는 것을 그릴 수 있을까. 그릴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은 ‘기술’이지만 그릴 수 없는 것을 그리는 것은 ‘예술’이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은 그릴 수 있다.

그릴 수 없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다. 이걸 어떻게 그릴까. 상상력을 동원하면 가능하다. 예술가들은 볼 수 없었던 세상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하는 일을 창작이라고 부른다.

창작의 가장 큰 힘이 되는 상상력을 내용으로 삼는 사조가 상징주의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서구 예술의 중심을 이뤘다. 문학과 미술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뤘다. 소설이나 시가 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다룬다면 미술은 신화와 전설을 내용으로 삼는다.상징주의 회화의 대부로 불리는 화가가 귀스타브 모로(1826~98)다.

그는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리스 신화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모로가 일군 화풍 덕이다. 그의 화풍은 고전적 사실주의 경향을 띠어 이해하기 쉽다. 그리스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모로의 회화에 접근하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작품 역시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다.

모로가 나이 들어 그린 이 그림은 그 특유의 화풍을 벗어난다. 정밀한 사실적 묘사보다 표현력을 강조해 반추상적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갈색 톤의 중후한 색조와 붓질의 효과로 음울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 그림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리스 신화의 사이렌을 내용으로 했다.

사이렌은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에 독수리 몸을 가진 전설 속 동물. 이탈리아 서부 해안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뤄진 바위섬, 사이레눔스코폴리에 사는 바다의 요정이라고 한다.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을 아름다운 노래로 유혹해 수장한다. 우리가 아는 사이렌은 여성의 유혹이나 속임수를 상징한다.


(기사전문은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에서 확인)

[기사제공=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