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물이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평범함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가의 능력이다. 프리다 칼로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꼽히는 조지아 오키프(1887~1986)가 개척한 세계가 그렇다.

'꽃의 작가'로 유명한 그는 평범한 사물에 숨어 있는 놀라운 세계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준다. 화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인 꽃을 통해서다.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이끈 소재 역시 꽃이다. 꽃의 특정 부분을 클로즈업하는 독특한 방법을 썼다. 꽃의 한 부분에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보면 생각지 못한 괴이한 형태가 보인다. 그의 꽃 그림은 초현실적인 형상과 추상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런 회화로 꽃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터득하는 것이다.

오키프는 왜 꽃을 이런 방식으로 그렸을까. 생명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생명의 탄생과 소멸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인생이라는 것. 자연의 장대한 시간 속에서 인간 삶이 왜소하고 덧없음을 깨달은 동양적 사유가 그림에 나타난다. 그의 인생 역시 이런 자세를 보여준다.

오키프는 화가로서 삶 대부분을 원초적 자연 환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뉴멕시코 사막지대에서 보냈다. 자연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생명의 모습을 찾아낸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형 꽃 그림이었다. 꽃 중에서 수술 부분을 집중적으로 클로즈업한다. 이곳은 생명 정보를 압축파일처럼 담고 있다.

씨앗의 인자가 있기 때문이다. 씨앗은 새로운 세상의 청사진을 품은 생명의 본질이다. 그것이 생명의 모습으로 자랄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아이리스를 그린 이 그림은 초기 대표작이다. 역시 수술 부분만 확대했다. 이를 보고 꽃이라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원래 알고 있는 꽃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마치 여성의 성기를 끌어당겨 들여다보는 것 같다. 둘 다 생명 탄생의 문이라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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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