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유난히 인색한 미술계에서 그래도 너그럽게 대접 받는 작가는 프리다 칼로와 조지아 오키프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서양 미술사 수면 아래에는 꽤 많은 여성 미술가들이 있었다.

다만 이들은 빼어난 재능이 있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와 여성적 감수성을 담아낸 작품 때문에 평가절하됐다. 프리다 칼로와 조지아 오키프가 미술사 전면에서 제대로 평가 받는 것은 여성적 테두리를 벗어난 작품 세계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남성성 위주의 평론가들 구미에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미술사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대중적 선호도가 높아 인기 작가로 살아남은 여성 작가들이 있다. 인상주의 시대를 살아간 베르트 모리소, 메리 커샛, 마리 브라크몽, 에두아르 뷔야르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여성적 감수성을 훌륭하게 구현해 여성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단은 이들에게 냉정했다. 로코코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증손녀였던 모리소는 인상주의 미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었지만 아마추어 취급을 받았다.

사망진단서에 ‘무직’으로 기록됐을 정도다. 또한 뷔야르는 회화의 장식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미술을 태동시키는 데 한몫했음에도 그녀에 대한 미술계의 평가는 옹졸하기 그지없었다. 마리 로랑생(1883~1956)도 이런 대접을 받은 걸출한 여성 화가다. 그는 로트레크와 마네의 영향을 받아 화업의 길로 들어섰다.

피카소, 브라크 등과 교우하며 입체파 운동에도 참여했지만 당시 미술 흐름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해 대중적 선호도가 높은 작가로 성장했다. 당대 혁신적인 미술 평론을 주도했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동거할 정도로 전위적 사상을 가졌지만 작품에서만큼은 주관이 뚜렷해 여성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한 관능성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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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