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사랑은 열병을 앓는다. 예술가에게 열병의 후유증은 종종 위대한 작품으로 남는다.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 루이즈 헥토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대표적 사례다.

환상교향곡은 서양 음악사에서 제목과 줄거리로 곡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음악인 표제음악을 완성한 걸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한 여인을 향한 광적인 사랑과 실연으로 탄생했다.

주인공은 19세기 초 유럽을 주름잡은 셰익스피어 극단의 프리마 돈나 스미드슨이다. 당시 무명이던 베를리오즈는 스미드슨을 보고 한눈에 반했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기도했다. 성공한 베를리오즈는 6년 후 스미드슨과 결혼해 사랑을 완성했지만 7년 만에 파경을 맞고 말았다.

젊은 날의 사랑은 환상을 낳고 위대한 작품으로 승화한 반면 결혼은 현실이었다. 표현주의 화가 오스카어 코코슈카(1886~1980)의 초기 대표작 ‘바람의 신부’는 환상교향곡과 탄생 내력이 비슷하다. 이 작품 역시 젊은 예술가의 격정적 사랑과 실연의 결실로 태어났다. 문제의 여인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 예술계에서 뮤즈로 명성을 떨친 알마 말러 베르텔이다.

구스타프 클림트가 예술성을 완성하는 데 영감의 원천이 된 것으로 유명한 알마는 작곡가 알렉산더 쳄린스키, 바우하우스 운동의 핵심인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 등 당대의 많은 예술가와 염문을 뿌렸다. 특히 대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와 정식으로 결혼해 알마 말러로 알려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당시 빈에서 성공한 화가였고 어머니는 유명한 가수로 활동했다. 예술적 토양에서 자란 알마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재능을 보였다. 작곡과 조각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고 바그너와 니체의 작품 연구에 몰두했다. 코코슈카가 알마를 만난 것은 1914년. 미망인이던 알마가 7년 연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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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