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소란스러운 봄의 한가운데 있다. 봄(spring)에는 ‘따뜻한 불의 기운’ ‘볼거리가 많다’는 뜻이 담겨 있는데, 이와 더불어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진통’으로도 해석된다.

예술 작품에서 봄은 새로움을 향한 움직임을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 가곡에서 봄은 ‘새 풀 옷 입고 진주 이슬 신을 신은 처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는 봄날 새소리에서 젊은이의 사랑을 보았고(봄의 소리 왈츠), 로베르트 슈만은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1번 교향곡’으로 담아냈다. 진통에 초점을 맞춰 봄을 표현한 예술 작품도 있다. 에즈라 파운드는 치열한 자연의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봄을 잔인한 계절로 묘사했다.

현대 음악의 피카소로 불리는 이고리 스트라빈스키는 새로운 창조의 고통을 원시적 생명력의 충돌로 표현한 ‘봄의 제전’을 발표해 현대 음악의 새 장을 열었다. 그가 묘사한 봄은 강렬한 리듬이 불협화음 속에서 부딪치는 혼란스러운 계절이다. 거칠고 설익은 에너지의 충돌이 보여주는 생생한 생명력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원시주의’라고 부른다. 20세기 초반 서구 예술계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던 흐름이다. 미술에서도 원시주의는 주목을 끌었다. 색채의 가치를 한껏 내세워 감정을 부각하는 경향이다. 서양미술사적으로는 야수파와 호흡을 같이하면서 표현주의와도 맥이 닿아 있다. 원동력을 따지자면 반 고흐의 감성적 제작 태도와 폴 고갱의 반서구적 원시성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몫을 톡톡히 거든 것이 아프리카 토속 미술이다. 원래 자연에서 추출한 독자적 미감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싱싱한 생명력을 유럽 미술가들은 거친 터치와 원색의 부조화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다. 독일 표현주의 운동을 이끌었던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1880~1938)의 회화에도 강한 원시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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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