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한민국의 봄은 슬픔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감정의 한 축을 이루는 슬픔은 예술의 훌륭한 주제다. 눈물의 진한 짠맛에 녹아 드는 슬픔을 표현하는 데 음악이 효과적이다.

시각이 감정을 냉정하게 조절한다면 청각은 분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눈물을 고이게 하는 것은 슬픈 장면이지만, 흘러 넘치게 하는 것은 음악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음악은 눈물을 흐르게도 한다. 슬픔을 주제로 한 그림은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죽음을 가장 중요한 주제로 다룬 에드바르 뭉크는 슬픔을 즐겨 그렸다. 그의 작품 ‘병실에서의 죽음’에서 보이는 슬픔은 가슴 깊이 묻은 상처의 흔적이다.

낭만주의 미술의 대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묘지의 고아’가 보여주는 슬픔은 황망함과 애잔함이다. 원망하듯 하늘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 넘칠 것 같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첼리스트’라는 작품에서 그린 슬픔은 감상적 분위기다. 막스 브루흐의 ‘신의 날’이나 가브리엘 포레의 ‘비가’에 흐르는 슬픈 첼로 선율이 들려오는 것 같다.

러시아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일리야 레핀이 그린 슬픔은 직설적이다. 1581년 11월 16일 폭군으로 알려진 러시아 황제 이반 4세가 광기로 아들을 죽인 사건을 다룬 ‘이반, 자신의 아들을 죽이다’에서 보여주는 슬픔은 절망과 회한으로 얼룩진 광기 어린 얼굴이다. 슬픔의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피카소의 ‘우는 여인’이다.

천재다운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슬픔의 걸작이다. 이 그림에서는 입안 가득 울음을 머금은 슬픔이 보인다. ‘흑흑’하는 울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생생하게 슬픈 얼굴이다. 모자의 빨간색과 얼굴과 손의 녹색, 노란색이 강한 대비를 이뤄 고조된 감정 상태를 표현한다. 특히 입 부분을 손과 포개어 강한 선으로 처리해 고통의 끝에서 터져 나오는 슬픔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기사전문은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에서 확인)

[기사제공=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