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걸작과 범작 사이, 영화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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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걸작과 범작 사이, 영화 '이끼'

강우석 감독의 서스펜스물...윤태호 작가의 인기웹툰 원작 '기대감 증폭'

강우석 감독의 서스펜스물...윤태호 작가의 인기웹툰 원작 '기대감 증폭'

**감독 강우석/제작 시네마서비스/158min/청소년관람불가/7월14일/한국**

[JTN뉴스 현화영 기자] "촬영할 때는 '이 영화가 도대체 언제 끝날까, 개봉은 정말 할까'라는 생각에 불안했다"(배우 유선)

대한민국 충무로 파워를 이끄는 감독 강우석이 2010년 신작 '이끼'를 들고 돌아왔다. '투캅스', '공공의 적', '강철중' 등 전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진지한 서스펜스물이다.

이 영화로 강우석의 '뮤즈'가 된 배우 유선은 지난 6월29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힘들었던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러닝타임만 2시간38분. 스태프와 배우들로서는 살인적인 촬영 강행군이었을 게 불보듯 뻔했다.

'이끼'에서 강우석 감독은 여전히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총체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긴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이고,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해 진지하게 성찰해보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 또한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진을 잘 살린 것 또한 이러한 만족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웹툰 마니아들이 많아 제작 전부터 영화화와 캐스팅 등에 관해 잡음이 많았지만, 언론시사회와 일반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 관객들의 반응은 일단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영화의 프롤로그, 1978년 어느 시골마을의 한 기도원. 신도들의 성금을 착복했다는 혐의로 '유목형'(허준호 분)을 체포한 형사 '천용덕'(정재영 분)은 그에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와 함께 범죄자들을 갱생시키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유토피아'를 건설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시점은 현재로 넘어와, 20년간 소식을 끊은 채 살았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마을을 찾은 '유해국'(박해일 분)은 아버지 재산의 행방에 의문을 품게 되고 이장이 된 늙은 천용덕을 비롯해 마을 주민들이 자신이 하루 빨리 떠나기만을 바란다는 점 때문에 이상한 낌새를 차린다.

영화는 유해국이 아버지의 죽음과 천용덕, '이영지'(유선 분), '김덕천'(유해진 분), '전석만'(김상호 분) 등 마을 사람들에 얽힌 비밀을 하나 둘씩 파헤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나간다. 여기에 유준상이 연기한 '박민욱 검사'가 가세해 "사회의 절대악은 반드시 응당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식의 강우석 감독 특유의 메시지가 투영돼있다. 이런 관점은 전작 '공공의 적'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가 가진 압축미, 몽타주와 상징에서 오는 간결미를 결코 살리지는 못했다. 한 인터뷰에서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설명과 묘사가 너무 디테일해 마치 미니시리즈를 보는 듯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

물론 유해진, 정재영, 김상호 등 배우들의 맛깔나는 유머가 중간중간 배치돼있긴 하지만, '걸작'으로 남기엔 영화를 다 보고난 후 간결하고 강렬하게 남는 느낌이나 이미지, 그 뭔가가 부족하다.

감독의 파워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 또한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우석의 페르소나' 정재영은 원작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대머리의 70살 노인으로 파격 분장을 선보인다. 외적으로 봤을 때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괴기스러운 모습의 캐릭터와 100% 닮아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검증된 연기자'답게 매력적인 인물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