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픽쳐스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적잖은 흥행 재미를 봤다는 점을 상기해 보라. 시리즈가 막바지인 지금, 디즈니의 입장에선 슬슬 새로운 판타지 어드벤처물을 선보여야 하는 타이밍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디즈니는 또 한 번 제리 브룩하이머와 손을 잡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블록버스터라면 도가 트인 이 제작자는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로 호흡을 맞췄던 니콜러스 케이지와 존 터틀타웁 감독을 불러들였다.

전 세계를 헤집고 다니는 영웅을 내세운 어드벤처를 선보였던 이들이 새롭게 꺼내든 카드는 바로 ‘마법’.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판타지아'(1940)의 한 에피소드인 '마법사의 제자'에서 모티프를 따왔지만, 이 영화는 원작을 고스란히 재현하거나 케케묵은 마법의 공식을 나열하는 것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21세기식 마법’을 선보이려 한 이들의 야심은 존 터틀타웁 감독의 말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마법사와 마법이라는 고대 예술의 명맥이 현대의 뉴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영화의 주요 설정이다. 뭔가를 새롭게 창조하기보다는 관객들이 즐겁게 눈치 챌 수 있는 마법을 선보이게 되어 신이 났다.” 다행히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일단 마법사의 수제자로 지목당한 인물이 물리학도라는 설정부터가 남다르다. 마법을 허무맹랑한 속임수로 치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마법’의 기술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갈 듯.

판타지 블록버스터라는 장르적 기본기 역시 충실하다. 뉴욕 곳곳을 누비며 잡아낸 화려한 화면엔 눈이 즐겁고, 거울이나 불꽃 등 익숙한 마법의 장치들은 현대적으로 잘 해석해 적재적소에 사용했다는 느낌이다. 선한 마법사와 악한 마법사로 확실히 나뉜 캐릭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기능을 톡톡히 발휘한다는 것도 장점.

특히 니콜러스 케이지와 매력적인 악역을 맡은 알프리드 몰리나를 제치고, 발군의 존재감을 뽐내는 ‘제자’ 제이 바루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수룩한 듯 능청스러운 옆집 소년을 보는듯한 이 배우에게 '마법사의 제자'의 타이틀을 맡긴 건, 가히 최고의 선택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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