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풍 판타지 스릴러...기발한 상상력 돋보여
딸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아버지 이야기

**감독 안노 사울/수입 (주)컴퍼니 엘/103min/청소년관람불가/8월26일/독일**

[JTN뉴스 현화영 기자] 남자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그의 딸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이전에는 아내와 딸을 짐처럼 느끼며 살았던 고독한 화가 '다비드'(매즈 미켈슨)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5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지만 그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던중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문(door)을 만나게 되고, 5년 전 딸이 목숨을 잃었던 바로 그날로 돌아가게 된다.

독일에서 온 영화 '더 도어'는 돌이킬 수 없는 한 순간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문으로 들어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아키프 피린치의 '시간의 문'이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원했을 법한 간절한(?) 상상에 다름 아니다.

살면서 누구나 겪고 싶지 않을 끔찍한 일들을 경험했을 경우, 꼭 그게 아니더라도 아끼던 컵을 깨뜨린다거나 하는 사소한 실수에도 우리는 항상 단 몇초만이라도 시간을 되돌리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들은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문학과 연극, 영화 등으로 변주되며 가상에서나마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왔다.

5년 전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간 다비드는 딸을 구하는 데 성공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가려 하지만 과거 속의 자기 자신과 조우하게 되고 그를 살해하게 된다.

우발적인 사고였지만 영화는 자신이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자신을 죽여야만하는 잔인한 당위성을 내세우며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과거 속의 나를 죽여서라도 가치 있는 일이라면 딸을 구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런 희생쯤 감당해도 좋은 것인지, 다비드는 묵묵히 5년 전 생활로 돌아간다. 가족을 짐처럼 느끼던, 가까운 곳에 행복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과거의 다비드가 아닌, 5년 후 조금은 늙어버린 다비드로 말이다. 하지만 진실이 언제까지 묻혀질 수 있을지 그와 가족의 삶은 불안하기만 하다.

'더 도어'는 '2010 제라르메국제판타스틱영화제'(그랑프리), '2010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2009 부산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수작으로,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배우 매즈 미켈슨의 원톱 연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평범한 주택가를 배경으로 사실적인 영상으로만 꾸며져 있지만, 스토리와 인물의 내면이 가진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호기심과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판에 박힌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유럽에서 온 색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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