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그램(21Grams, 2003) -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 우리가 가까워지게 지구는 자전한다. 지구 자신과 우리를 위해. 우리가 서로를 만날 때까지….(‘베네주엘란’의 시)

우리 삶 속에는 어디에서나 숫자가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매순간 시간의 힘을 빌려 일상을 이어오니까요. 그 숫자들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여하며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 합니다. 숫자의 비밀은 푸는 일은 곧 알 수 없는 삶의 열쇠가 되기도 하지요.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남편과 두 딸 모두를 잃은 여자에게 한 남자가 다가옵니다. 그는 교통사고로 죽은 어떤 이의 심장을 이식받고 하루아침에 살아났지요. 그들은 생의 불가사의한 시간 속에서 불현듯 만납니다. 어쩌면 삶은 숫자처럼 간단한 일인지도 몰라요. 우리가 서로 만났고, 만나기까지 정말 많은 우연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더 풀어봐야 안다는 것. 고작 그게 전부니까요.

그러나 그 숫자에 질량이 붙는 순간, 시간은 부서지고 삶은 어려워집니다. 예컨대 두서없이 흩어지는 일상의 무게를 어떻게 측정할까요. 상실의 슬픔을, 이별의 아픔을, 후회의 한숨을, 그리고 죽은 이의 영혼을 과연 어떻게 헤아려야 할까요.

사람은 죽는 순간 예외 없이 21그램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21’이 무엇을 의미하든 그것은 단지 숫자에 불과해요.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알기 위해 자전할 뿐이지요. 어쨌든 삶은 계속되고, 빠져나간 21그램은 다시 채워야 하며, 그리고 우리는 서로 반드시 만나야 하므로.

남자주인공 숀펜은 이 영화로 제6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합니다.

권선혜 book@jtn.co.kr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jtn.co.kr

<ⓒ 1+α 문화미디어 JTN NEWS(www.jtn.co.kr) 무단전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