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의 목적(Purpose Of Love, 2005) - 감독 한재림 **

- 아니, 그러니까 내가 다 헤어지고 뭐, 결혼하쟤요? 연애만 하자구요, 연애만. 연애가 다른 게 아니에요. 좋고 끌리는 사람들끼리 즐거운 시간 쌓는 게 연애에요.

[JTN뉴스 권선혜 기자] 그러니까 연애는 선택의 문제다. 남자가 여자에게 대시했고, 여자도 오랜 시간 뒤에 넘어갔다. 한 줄로 요약되는 그들의 연애사는 그러나 그리 간단지 않다. 학교 선생인 남자는 왜 오랜 연인을 버리고 그보다 한 살 위인 여자에게 노골적으로 다가가며, 교생으로 실습 나온 여자는 그에게 곁을 두지 않은 척하면서 왜 항상 여지를 남겨두는가. 이쯤 되면 정말 모를 노릇이다. 연애는? 연애의 목적은?

불행은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여자는 전 남자친구와의 뼈아픈 이별로 인해 행복하지 못했다. 오로지 한 길로 투신해 잃어버린 제 마음 찾을 길 없어 오래 아팠다. 그래서 여자는 다치지 않으려 남자를 멀리했다. 그러나 이 남자, 본능 가는 대로 마음을 주며 여자의 본능을 자꾸만 흔든다. 그런데 여자는 다시 아프지 않기 위해 남자에게 상처를 준다. 연애의 진짜 묘미는 상처인 것이다.

그렇다. 연애는 선택이고 본능이고 상처고, 그리고 그냥 연애다. 똑같이 상처를 나눠가진 그들은 이제 진짜 연애를 시작할 것이다. 먼 옛날 니체가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라고 외쳤던가. 고기 맛도 고기를 먹어본 사람이 아는 것. 자, 우선 목적을 알기 전에 연애를 하러 떠나자. 한여름 바캉스도 좋고 낙엽 떨어진 산책길도 좋다.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여행 그 자체라는 것을. 그러니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사랑이여, 다시!

한재림 감독은 남녀의 진솔한 연애담을 여과 없이 풀어낸 이 영화를 통해 제43회 대종상 영화제(2006) 신인감독상을 수상한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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