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의 탄생(Family Ties, 2006) - 감독 김태용 **

- 너 나한테 왜 그래?

[JTN뉴스 권선혜 기자] 여자는 엄마가 미워 죽겠습니다. 엄마는 ‘사랑밖에 난 몰라’를 몸소 실천하며 유부남과 살림을 차리셨지요. 그 사이에는 어린 늦둥이 아들도 있습니다. 엄마는 딸에게 애써 변명하거나 살가운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심드렁한 엄마를 보며 여자는 더욱 화가 납니다. 여자는 가까운 이들을 마구 할퀴어댑니다. 그 반짝이는 칼날은 사실은 자신에게 향한 것이었지요.

가족은 빛과 같은 거예요. 가슴 깊이 뿌리내린 존재이지만, 조금만 비켜서면 날카롭게 돌아오지요. 이 영화의 가족들-혹은 가족이 될 사람들-은 모두 “나한테 왜 그러냐”며 서로에게 항변합니다. 삶의 의미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고, 상처는 쉽게 습관이 됩니다. 모든 것은 시간의 힘 덕분입니다. 시간은 한 사람과 한 사람을 엮어주고 얽히게 하고 흩어지게 합니다. 그리하여 여자는 애증의 고삐를 늦추지 못한 채 엄마와 이별을 맞습니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집 창가로 노란 햇볕이 가만히 들어옵니다. 슬픔은 이별의 순간이 아닌 어느 날 오후에 문득 찾아옵니다. 여자는 이제 같은 자리에서 다 큰 남동생과 마주앉았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시간 속에서 깊어지는 것들은 도무지 속수무책이지요. 동생의 여자친구를 기다리다 둘은 늦은 식사를 합니다. 장난을 치며 동생의 머리를 향해 가감 없이 던져지는 숟가락질이 심드렁합니다. 심드렁을 깊은 관심으로 이어가는 일, 한 밥상에 둘러앉아 빛을 빚어내는 일, 가족이 된다는 것은 모난 빛을 둥글게 갈고 닦는 일인가 봅니다.

딸 역을 맡은 공효진의 헤어진 연인으로 실제 연인인 배우 류승범이 출연합니다. 촬영 당시에는 실제로 헤어진 상황이어서 그런지 싸우는 신에서 탁월한(?) 연기를 선사합니다.

권선혜 book@jtn.co.kr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jtn.co.kr

<ⓒ 1+α 문화미디어 JTN NEWS(www.jtn.co.kr) 무단전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