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호연, 빠른 전개와 긴장감 돋보여...스토리에 대한 공감은 '글쎄'

**감독 나홍진/제작 (주)팝콘필름/156min/청소년관람불가/12월22일/한국**

[JTN뉴스] 영화 '황해'에 걸었던 기대 만큼이나 평도 엇갈리고 있다.

22일 개봉을 2일 앞둔 20일, 제작진이 이날 오전까지 부랴부랴 편집을 마쳐 완성됐다는 영화는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러닝타임만 무려 156분. 상업영화라고 하기엔 꽤나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지루해 하지 않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인정.

하지만 별 기대 없이 봤던 '추격자'가 너무도 오래 가슴에 남아서일까. '역시 황해! 역시 나홍진 감독!'이라는 감탄사는 쉬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나 감독이 하정우, 김윤석을 다시 캐스팅해 1년이 넘는 제작기간, 13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제작비(이외에도 놀라운 수치들이 많다)를 들여가며 만들었다는 '황해'.

이 영화는 중국 옌밴(延邊) 출신 택시운전사 '김구남'(하정우 분)을 주인공으로, 지독한 일에 휘말려 빠져나올 수 없었던 그의 불행한 삶을 그리고 있다.

구남은 가짜 여권을 만들려다 빚진 6만 위엔을 갚고 돈 벌어 오겠다며 한국으로 간 아내의 행방을 찾기 위해 '면가'(김윤석 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 제안은 다름 아닌 서울에 사는 한 남자를 죽이고 돌아 오라는 것.

영화는 '택시운전수''살인자''조선족''황해' 등 총 4개의 챕터로 나뉘어 초반부에는 구남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가 살인을 준비하는 과정, 중반부 이후부터는 '면가'와 '김태원 사장'(조성하 분), 경찰에 쫓기며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되는 구남의 모습을 그린다.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홍진 감독이 "김구남이란 남자가 죽어가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며 간단한 연출동기를 밝혔듯, 하정우가 연기한 구남의 인생이 너무나 안타깝고 애처롭게 그려져 보는 내내 가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든다.

짧게 민 스포츠 머리에 쾡한 눈빛, 심하게 부르튼 입술은 가난한 조선족으로 태어나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발딛고 살아갈 수 없는 구남의 인생을 뒷받침한다. 구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의 연기가 무척 중요했을 법한데 하정우는 그런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

나홍진 감독은 전작 '추격자'에서와 마찬가지로 빠른 전개와 리듬감 있는 연출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부산항 신에 이어 등장하는 구남과 면가의 대규모 카체이싱 장면은 한국영화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생생하면서도 스펙터클하다. 폭력과 잔혹성 또한 여전하다.

그러나 구남이 수많은 경찰들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장면이라던가, 면가가 한국의 건달들 열댓명을 도끼 하나로 거뜬히 헤치워 버리는 장면 등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지극히 사실적인 영상과 스토리로 관객들의 숨마저 멎게 했던 '추격자'와는 대조를 이루는 지점이다.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 시작된 스토리가 치정극으로 마무리되는 용두사미 격의 스토리는 인간에 대한 동정과 연민, 그리고 허무주의를 낳는다.

현화영 young@jtn.co.kr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jtn.co.kr

<ⓒ 1+α 문화미디어 JTN NEWS(www.jtn.co.kr) 무단전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