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웹툰과는 또 다른 영화적 재미 '솔솔'
이순재 윤소정 등 원로배우들의 내면연기 감동 선사

**감독 추창민/제작 세인트 폴 시네마, 그대사 엔터테인먼트/118min/15세관람가/2월17일/한국**

[JTN뉴스 현화영 기자]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처음 읽었을 때 젊은이가 아닌 할머니ㆍ할아버지의 이야기임을 알고 조금 실망했었던 게 사실.

하지만 한편 한편 읽어 내려가다 보니 평범한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기존에 봐온 은빛로맨스와는 차별화되는 웃음과 감동과 함께 밤새도록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강한 중독성을 불러일으켰다.

아마 그게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한 세대가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 사랑이란 두 글자이기에 가능한 가슴 뭉클한 감동.

웹툰을 읽은 독자라면 '이 만화,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도 괜찮겠다'란 생각을 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웹툰이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몰이를 하자 연극으로 제작됐고, 드디어 스크린에까지 옮겨지게 됐다.

'국민 할아버지' 이순재를 비롯해 윤소정, 김수미, 송재호 등 4명의 원로배우들이 엮어가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원작에 미치지 못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이 씻어 내고 영화라는 장르적 색채를 살려 원작과는 또 다른 웰메이드 필름으로 재가공됐다.

'부타타타타타타타' 오토바이를 타고 씽씽 달리는 버럭쟁이 할아버지 '만석'으로 완벽 빙의한 이순재는 연륜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큰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다. '송이쁜' 할머니 역할의 윤소정 역시 웹툰을 보며 상상하던 그 이미지 그대로여서 안도감을 준다.

연기파 배우 김수미의 열연도 돋보인다. 치매에 걸린 '군봉 처'를 연기한 그는 때로는 아이같고 때로는 자애로운 어머니같은 표정연기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아픈 아내를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군봉' 송재호의 연기는 덤덤하지만 한 켠으로 가슴 시리게 하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마파도'로 할머니표 코미디의 성공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는 추창민 감독은 이번에도 원로배우들과의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황혼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지만 만화보다 더 그림같고 감각적인 화면구성과 이미지, 색채로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루시드 폴, 옥상달빛 등 뮤지션들의 감성적인 OST 또한 영화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더한다.

송지효 오달수 이문식 등 조연 배우들의 감초연기도 이 영화를 즐기는 별미다. 송지효는 만석을 잘 이해하는 손녀딸로 분해 수수한 매력을 뽐냈다.

원작에서도 그랬지만 '그대를 사랑합니다'에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만큼 불안한 마음 없이 차분히 영화적 감성을 느낄 수 있고, 그동안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화에 길들어진 관객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정화시켜주는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화영 blackmania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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