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기' 현빈-탕웨이의 절제된 연기
美 시애틀 배경으로 한 이국적 풍광에 주목

**감독 김태용/제작 보람엔터테인먼트/115min/15세관람가/2월17일/한국**

[JTN뉴스 현화영 기자] 남편을 죽인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중인 여자 '애나'(탕웨이 분)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3일간의 외출 허락을 받는다.

가족이 있는 시애틀로 가는 버스 안. 껄렁한 이미지의 남자 '훈'(현빈 분)을 만나게 된 애나는 처음에는 그를 무시하지만 점점 그에게서 위안을 얻게 된다.

'만추(晩秋)'는 고(故) 이만희 감독의 1966년 동명 작품을 김태용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 이미 '시크릿 가든' 현빈과 '색, 계'의 중국 여배우 탕웨이가 주인공을 맡아 화제가 됐으며, 2월10일 개막한 '제6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비경쟁 포럼 부문에 초청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추'는 그 입소문 만큼이나 때깔 좋고, 분위기 있는 영화로 재탄생됐다. 사실 '낯선 곳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은 영화가 시작된 이래 무수히 반복돼온 소재이기에 김태용 감독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시애틀과 외국 여인.

주연배우들의 흡입력있는 연기, 그리고 시애틀의 이국적 풍광은 김태용 감독의 '만추'를 설명하는 두 가지 키워드다.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현빈은 출연작마다 단순한 인기를 쫓기 보다는 자신만의 근사한(?) 필모그래피를 남기기 위해 노력해왔다. 흥행이 아닌 작품성이나 예술성을 중요시하는 '만추'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감독 이윤기)를 선택한 것을 봤을 때도 그러하다.

공교롭게도 이 두 작품은 현빈의 인기가 최절정인 시기에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추'에서 그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게 해준 '시크릿 가든'에서와는 정 반대의 인물은 연기한다. 속칭 '작업남'이나 '제비'로 불리는 직업남성이다.

'사회 지도층인 주원이는 어디 가고 웬 제비?'라는 당황스러움이 영화 초반 잠시 밀려오기도 하지만, 이내 '훈'에게 빠져들게 된다. 여성들의 파트너가 돼주고 돈을 받는 훈의 직업은 다르게 생각하면 여자의 마음을 홀리는 매혹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빈은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매혹을 십분 발휘한다.

탕웨이의 연기는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애나 역할을 탕웨이 말고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라며 보는 내내 생각해보려 했지만 딱히 매칭이 되는 배우가 없었다. 이미 '색, 계'를 통해 인정받기도 했지만 탕웨이는 애나를 연기한 게 아닌, 그냥 애나 그 자체인듯 완벽에 가까운 몰입도를 보여주며 감동을 자아낸다.

현빈과 탕웨이가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 먹는 시애틀의 공간들은 '만추'(늦은 가을)라는 제목이 주는 시간적 심상과 맞물리며 오랜 여운을 남긴다.

비가 내리다가도 햇빛이 비치고, 자욱한 안개에 운전도 잠시 쉬었다 가야하는. 시애틀의 날씨는 절망과 희망의 경계에서 불안하게 줄다리기 하는 훈과 애나의 사랑, 미완의 사랑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는 제법 근사한 메타포다.

현화영 blackmania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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