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 사무국은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경쟁 섹션과 한국단편경쟁 섹션의 본선진출작(장편 10편, 단편 12편)을 21일 발표했다.

올해 한국장편경쟁부문에서는 총 81편의 작품이 출품돼 작년 66편보다 23% 가량 증가했다. 한국단편경쟁부문에서는 작년 511편에서 33편이 증가한 총 544편의 작품이 경합을 벌인다.

한국장편경쟁부문은 한국 독립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다. 상영시간 60분 이상의 장편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되며 국내외 저명한 영화인 3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에 의해 수상작이 결정된다.

최우수작품상(JJ-St★r상)에는 부상 한화 1천만원의 상금이, 5인의 관객평론가가 선정한 최고의 작품에게 수여되는 관객평론가상에는 한화 2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이 부문에 상영된 장편영화들 중 관객들에게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 1편을 관객 투표로 선정해 SONY가 제공하는 부상도 수여한다. CJ CGV가 선정하는 1편의 작품에는 CJ CGV 무비꼴라쥬에서 최소 2주 이상의 개봉과 홍보 마케팅이 지원된다. 지난 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신수원 감독의 '레인보우'를 비롯해 '이파네마 소년'(감독 김기훈), '저 달이 차기 전에'(감독 서세진) 등이 경쟁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 한국장편경쟁 부문의 가장 큰 특징은 다큐멘터리의 초강세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다큐멘터리의 양적 증가를 반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미학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엄선됐다는 게 사무국 측의 설명.

전국 근로사업장의 보건관리 실태에 대한 관찰 기록에서 출발한 이강현 감독의 '보라'는 전통적인 육체노동의 세계와 사이버 네트워크의 세계, 사진 찍기로 대표되는 여가활동의 관계를 느슨하게 연결하고 비약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시도한다.

안건형 감독의 '동굴 밖으로'는 고양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로 시작해 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나아가다가 종국에는 이미지에 대한 메타비평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펼쳐지는 작품.

2004년 '진실의 문'을 만든 김희철 감독은 이 영화의 속편인 '사랑할 수 없는 시간'으로 다시 한 번 한국 장편 경쟁 부문에 초대됐다. 감독은 6년 전인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 진행중인 폭력의 양상들을 응시하면서 관객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사랑할 수 없는 시간'은 2010년 전주 프로젝트 프로모션 '다큐멘터리 피칭' 프로젝트에서 기획개발지원금 500만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김재환 감독의 '트루맛쇼'는 수많은 방송에 차고 넘치는 맛집 방송의 허구성, 기만성을 철저하게 해부하는 작품으로, 방송 다큐멘터리와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방송이 절대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도발적으로 폭로한 문제작이다.

박찬경 감독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다. 20여 년 전 안양에 위치한 봉제공장 화재로 22명의 여공이 사망한 사건을 따라가면서, 안양의 과거와 현재, 도시개발의 문제, 기억과 망각의 문제, 억압된 역사 등에 대해 중첩된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성찰을 유도한다.

제주 출신 오멸 감독의 극영화 '뽕똘'은 꽉 짜인 내러티브 대신 끝말잇기 놀이를 하듯이 자유분방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지역적 특색을 살려낸 유쾌하고 흥미로운 로컬 시네마다. 손광주 감독의 '캐릭터'는 영화 만들기의 어렵고도 매혹적인 과정을 독특한 구조 속에서 풀어낸다.

한국단편경쟁은 새롭고 독창적인 한국단편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부문이다. 상영시간 60분 미만의 단편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되며, 국내외 저명한 영화인 3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에 의해 수상작이 결정된다.

심사결과에 따라 3편의 작품에 각각 Zip&상(최우수작품상)(500만원), 감독상(300만원) 그리고 심사위원특별상(200만원) 등이 주어진다. 지난해에는 '얼어붙은 땅'(감독 김태용), '하드보일드 지저스'(감독 정영헌), '수학여행'(감독 김희진) 등이 수상했다.

이번 단편 경쟁부문에는 HD작품이 12편이나 포함돼 눈길을 끈다.

외국에서 한국 고용주에 의한 한국 노동자 착취 문제를 다룬 '가재들이 죽는', 홍상수 영화의 분위기를 담백하게 느낄 수 있는 '술술', 엄마의 은밀한 판타지를 매우 재미있게 그려낸 '고백', 선생과 학생의 역할을 전도해서 우리 사회를 명쾌하게 비판한 '나쁜 교육', 우리 안에 있는 이국인 차별을 코믹적으로, 그러나 아프게 그려낸 '플라콩', 청년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편집이 돋보인 '모험', 엉뚱한 코믹적 상상력이 뛰어난 '더블클러치', 강남 부동산 신화의 허망함을 조망한 다큐멘터리 '모래', 엄마의 교육열과 아이의 저항을 특이하면서도 강하게 그려낸 '험한 교육', 배우 추상미의 연출력과 내용의 깊이가 돋보이는 '분장실', 뇌사 남편을 버리고 새로운 남자를 찾아가는 신여성의 그려낸 '약속', 노년 남성의 아픈 과거를 세련된 영상으로 표현한 실험영화 '조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28일부터 5월6일까지 전북 전주 일대 영화관에서 펼쳐진다.

현화영 blackmania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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