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급 코미디...시대착오적 소재 아쉬워

**감독 김진영/제작 (주)전망좋은영화사/118min/12세관람가/3월31일/한국**

[JTN뉴스 현화영 기자] 지난해 영화 '방자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송새벽의 첫 주연작 '위험한 상견례'는 영호남 지역감정을 소재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눈길을 끈다.

송새벽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아버지와는 달리 순정만화를 그리는 순수남 '현준' 역을 맡아 특유의 어눌하면서도 정감있는 코믹 연기를 펼쳤다. 현준과 사랑에 빠지는 '애교가득' 경상도 처녀 '다홍' 역에는 얼마 전 '복싱퀸'으로 이름을 알린 이시영이 캐스팅돼 송새벽과 찰떡 궁합을 자랑한다.

여기에 김수미 백윤식 박철민 김정난 정성화 등 조연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나이트클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초입부와 조연들의 활약은 2002년 '가문의 영광'을 시작으로 3편이나 연속으로 제작되며 인기를 모은 '가문 시리즈'를 연상케 하기도.

펜팔을 통해 사랑을 키워오던 현준과 다홍은 결혼시기가 다가오자 양쪽 부모님께 서로를 소개시키기로 약속한다. 전라도 사람이라면 치를 떠는 다홍의 아버지에게 자신을 서울 출신이라 소개하는 현준. 하지만 그에게 계속해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오는 다홍의 고모 '영자'(김정난 분), 아버지 지시로 그를 미행하는 '대식'(박철민 분) 등 주변 사람들 때문에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한다.

평생 전라도 출신임을 속이고 살아온 다홍 어머니 '춘자'는 두 사람을 지지하고 나서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홍 아버지 '영광'(백윤식 분)과 현준 아버지 '세동'(김응수 분)은 고교시절부터 오랜 앙숙지간임이 드러난다.

이처럼 '위험한 상견례'는 흥행 보증수표라 할 만한 출연진에 탄탄한 스토리가 결합된 로맨틱 코미디로 눈길을 끈다. 김진영 감독은 전라도 총각과 경상도 처녀가 만나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쟁취해가는 과정을 1988년이란 가까운 과거의 시대상과 버무렸다.

하지만 '지역감정'이란 소재가 요즘 젊은 관객층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킬 지는 의문이다. 요즘처럼 다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단지 '출신' 때문에 결혼을 반대하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극 초반 팽팽하기만 했던 영호남 두 집안의 갈등이 한 순간에 해소되고, 갑자기 영화 '졸업'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장면이 등장하는 등 내러티브도 약하다.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영광과 세동의 고교 야구선수 시절 회상 장면은 더이상 새롭다거나 획기적인 시도로 보이지 않아 실소마저 자아낸다.

이처럼 '위험한 상견례'는 썩 만족스러운 만듦새는 아니지만 중간중간 터지는 코믹 에피소드와 배우들의 연기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다. 송새벽과 이시영이 선보이는 맛깔나는 사투리 연기와 90년대 패션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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