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인의 슬픈 도피기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 메가폰 잡아

**감독 이상일/배급 (주)마운틴픽쳐스/139min/청소년관람불가/6월9일/일본**

[JTN뉴스 현화영 기자]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일본 영화 화제작 '악인'이 9일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다.

주연배우인 츠마부키 사토시와 후카츠 에리를 비롯해 키키 키린, 에모토 아키라 등 일본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일본 출신 세계적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런 화젯거리들을 뒤로 하고서라도 '악인'은 인간의 선과 악을 주제로 남녀의 불꽃같은 사랑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식스티 나인'으로 인연을 맺은 이상일 감독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악인'의 '유이치' 역에 캐스팅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츠마부키 사토시는 기존의 꽃미남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삶의 무게와 고통의 긴 터널에서 방황하는 살인자 역할을 진정성있는 연기로 풀어냈다.

'일본의 전도연'이라 불리는 국민 여배우 후카츠 에리의 호연 또한 빛이 난다. 극중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된 유이치를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격정적으로 사랑하는 여인 '미츠요'로 분해 열연을 펼친 것. 실제 그는 이 한 작품으로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악인'은 외로운 두 남녀의 삶에서 출발한다. 변두리 해안가 마을에서 부모, 친구, 애인도 없이 조부모와 살아가는 일용직 노동자 유이치는 채팅 사이트를 통해 만난 여자들과 데이트를 즐기고 자동차로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그러던중 보험회사 직원인 '요시노'(미츠시마 히카리)가 한적한 국도변에서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는 그날 요시노와 만나기로 한 유이치와 요시노가 쫓아다니는 부잣집 도령 '마스오'(오카다 마사키).

그리고 또 다른 도시의 한 켠에는 여동생과 단둘이 살아가는 옷가게 점원 미츠요가 살고 있다. 집과 직장을 이어주는 6번국도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온 미츠요는 동생이 데이트 나가고 없는 텅빈 집에서 매일밤 외로움에 흐느낀다.

영화는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서로에게 보석과도 같은 존재가 됐을 두 남녀의 사랑, 그리고 사회가 악인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의 내면과 삶에 주목하며 많은 사유거리들을 제공한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 외에 이상일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이 더해져 암울하지만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작품.


현화영 blackmania83@hanmail.net /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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