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한미혜 객원기자] 닐 암스트롱이 1969년 인류 최초로 지구의 위성 달에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아니 그 이전 수백 혹은 수천 년 전부터 우리는 머나먼 우주를 동경해 왔고 그 광활한 곳에 도달할 어느 날을 꿈꾸어 왔다.

그러한 소망을 담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고 희망의 끈을 움켜쥔 주인공들이 좌절과 역경을 이겨내고 지구로 귀환했다.

그런 면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그래비티’는 등장인물이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딱 두 명뿐이라는 것 외에도 우주에서 벌어지는 재난, 전쟁, 공포를 배경으로 한 기존의 SF 영화 질서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천체를 관측하는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에 파견된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에게 매트(조지 클루니)는 ‘우주의 어떤 점이 좋은가’라고 질문한다.

‘고요하기 때문에’라고 대답하는 라이언은 깊은 상처를 안고 우주로 떠나왔다 . 진공의 상태이기에 아주 작은 소리도 전달되지 않는 적막함의 극치, 라이언은 생의 어떤 고통도 더 이상 그녀를 바닥으로 끌어당기지 않을 것 같은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유영하며 안도 한다.

‘그래비티’는 갈등의 요인을 자신 안에 품은 주인공의 의식과 함께 우주의 모습을 서사시처럼 섬세하게 그려냈고, 인간 한계의 극복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구원’이라는 메세지로 감동적으로 묘사했다.

타이틀 ‘그래비티 Gravity’는 그런 면에서 사람과 지구 사이에 작용하는 힘 ‘중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는 힘을 가리키는 ‘관계작용’에 대한 의미임을 알 수 있다.

극 중 산드라 블록이 조지 클루니와 주고받는 대화에서 홀로 미아가 되어 우주를 떠돌 때 우연히 잡힌 중국의 어느 가정집에서 송신한 일상의 대화에 끼어들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가지면서 삶과 생존의 불확실함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대화를 통해 발생하는 사소하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과 그것을 통한 구원이라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말하는 것이다.

담고 있는 메시지는 진중하지만 전체 이야기는 오히려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간단하고 명료하다. 러닝타임마저 90분으로 순식간에 지나간다. 착착 휘어 감기는 스토리의 탄력적인 구조와 그것에서 발생하는 카타르시스적인 통쾌함에 열광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체망원경을 어린이날이나 성탄절 선물로 받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면, 아직도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태양계와 은하계의 사진에 설레인다면, 은하계 어딘가에 외계인이 존재할거라고 믿는 이들이라면 '그래비티'는 충분히 감동적일 것이다.

감성적인 면뿐만 아니라 영화 표현의 테크놀러지적인 부분에서도 또한 우주에 대해 우리가 품고 있는 그 이상의 현실적인 공포와 아름다움을 ‘그래비티’는 영상으로 재현해 보여주고 있다.

고소공포증을 가진 이라면 2D의 일반 디지털 영화로 관람해도 초스피드로 날아오는 인공위성 잔해에 움찔움찔 놀랄 수 있겠지만 ‘그래비티’는 3D, 3D IMAX, 4DX를 볼 것을, 아니 체험할 것을 추천한다.

조지 클루니의 시선이 되어 지구 저편 갠지즈강에서 시작되는 일출의 숭고한 광경에 압도당하는 체험해 보고 싶다면, 산드라 블록이 되어 우주의 한없는 어둠 속을 유영해 보고 싶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지만 99.9% 이상의 사람들이 이루지 못하는 그 꿈' 우주인이 되어 지구를 바라보며 그 극적이고 숨막히는 광경에서 오는 전율을 만끽하고 싶다면 말이다.

JTN 한미혜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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