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이라는 세월과 갑작스러운 이별이 만든 아버지란 존재

[JTN뉴스 노수정 객원기자]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현대 일본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으로, 2013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 스티븐 스필버그의 호평에 이어 전 세계 언론에 극찬 세례를 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감독 본인이 직접 겪었던 고민과 후회가 묻어난 작품이다. 평소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했던 6살 난 딸이 아버지가 집을 나서자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한 데서 계기를 얻었다고.

이를 통해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니며,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것. 그래서 주인공 료타에게 더욱 진심어린 감정을 쏟았다고 감독은 전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탄탄한 직장, 소위 남들이 말하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건축사무소 비즈니스맨 료타. 어느날 병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이유는 6년 전 아이를 낳았던 병원의 간호사가 자신의 삶을 비관한 나머지 전혀 다른 두 가정의 아이를 바꿔치기 한 것.

뭐든 잘하는 자신에 비해 자꾸 뒤떨어지고 욕심도 없는 아들을 보며 답답함을 느끼던 차에 친자가 아니란 소식을 듣고도 무덤덤한 류타. 아들 케이타를 친자의 아버지 유다이 가정에 보내고 자녀를 서서히 바꾸기로 한다. 경제적인 측면부터 인간적인 측면까지 자신과는 정반대인 유다이 가정과의 만남을 통해 류타는 확고했던 육아방식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무뚝뚝하고 계획적인 료타에 비해 아이들과 허름없이 지내며 보듬어주는 유다이는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친자를 데려와 자신의 방식대로 키우지만 6살 난 아들은 엄마가 잠들어 있을 때 집을 나가 원래 살던 유다이가정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비호감 캐릭터로 나왔던 유다이의 인간적인 장점과 아버지로서의 장점이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한다. 핏줄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 기억, 그리고 과정이라는 깨달음을 얻으며 류타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에서 인물의 감정표현은 담담하게 절제돼 있다. 감독은 인물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나 겪고 있는 아픔, 갈등을 조명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영화의 병원 씬 전체가 어두운 것에서 볼 수 있다.

또 길고 어두운 터널, 차 안, 계단, 불 꺼진 방에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 등이 인물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영화의 주제와도 이어져있는데 어딘가로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이동장면을 통해 보여주며 류타가 사건을 통해 진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통찰했다.

추운 겨울 가슴 따뜻한 가족영화를 보고 싶다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선택하길!

JTN 노수정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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