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솔직하게! 우아하게! 40대 여성의 욕망과 쾌락을 대담하고 유쾌하게 그려내

[JTN뉴스 서영희 객원기자] 40대 여성들의 사랑과 연애, 섹스를 현실적으로 그린 영화 ‘관능의 법칙’은 나름의 상처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지만 일도, 사랑도, 섹스도 여전히 뜨겁게 하고 싶은 세 여자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2003년 ‘싱글즈’가 서른 살을 코 앞에 둔 두 여성의 우정과 사랑, 일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면, 2014년 ‘관능의 법칙’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누군가의 열정과 로맨스의 대상이 되어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 40대 여성들의 현실적 공감과 로망을 그려냈다.

지난 2012년 제 1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무려 1천 4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한 이수아 작가의 시나리오와 여성의 심리를 남다르게 묘사하는 권칠인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만나 기대감을 고조시킨 ‘관능의 법칙’은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관능의 법칙’에서 20대 연하남의 애정공세에 가슴 뛰는 골드미스 ‘신혜’ 역은 엄정화가, 여자는 사랑 받기를 포기하는 순간 끝이라며 남편에게 당당하게 섹스를 요구하는 도발적인 주부 ‘미연’ 역은 문소리, 딸 몰래 20대와 같은 로맨틱한 연애를 즐기며 재혼을 꿈꾸는 순진한 싱글맘 ‘해영’ 역은 조민수가 맡아 3인 3색의 매력을 발산하며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신혜(엄정화)는 잘나가는 케이블TV 예능국 PD다. 자신의 도움으로 국장자리까지 오른 상사와 5년간 비밀 연애를 해왔지만, 자신의 직속 후배를 임신시키고 결혼을 발표하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당당한 골드미스의 삶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신혜는 자신이 관리하는 외주 제작사 PD이자 20대 연하남인 현승(이재윤)의 애정공세에 끌리지만 나이차에서 오는 갈등과 감정에 대한 불신으로 혼란스러워한다.
 
아들을 유학 보낸 후, 신혼 기분을 만끽하는 미연(문소리)은 남편 재호(이성민)와 일주일에 세 번씩 뜨거운 밤을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결혼 10년 차 주부다. 밤마다 사랑을 받아야 여자라며 육체적인 관계를 요구하는 미연을 재호는 부담스러워하고 급기야 스트레스성 발기부전으로 몰래 비아그라까지 복용하는 등 부부의 갈등은 커진다.

베이커리 카페주인 싱글맘 해영(조민수)은 아내와 사별하고 공방을 운영하는 목수 성재(이경영)와 20대 못지 않은 뜨겁고 애틋한 연애를 시작한다. 중년에 다시 찾아온 사랑에 가슴 설레는 해영은 딸 수정(전혜진)을 시집 보내고 성재와 둘만의 결혼생활을 꿈꾸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랑을 원하는 성재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학창시절 선후배 사이인 신혜와 미연, 해영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지켜가지만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 받는 ‘여자’이고 싶어하는 40대다.

다소 밋밋하고 진부할 수 있는 세 여자의 에피소드는 영화 속에서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며, 나이를 먹어도 사랑과 일에서 똑같이 열정적이고 충분히 관능적일 수 있다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현실에 실망하고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다가도 “우리가 우아한 맛은 있지”, “맞아 우린 농염해”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과 "타 죽기 전에 불타오르자"며 현실에 저항하는 그녀들의 솔직한 대화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특히 암에 걸린 해영이 “우리 나이에는 오르가즘보다는 암이 더 어울리나봐"라며 고통마저도 여유 있게 웃어 넘기는 모습에서 어딘가 짠한 여운을 남긴다. 암투병으로 시련을 감내하는 해영이 후반부에 보여준 성재와의 가슴 아픈 러브신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낸다.

영화 ‘관능의 법칙’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지만 40대 여성의 성과 삶을 비교적 솔직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삶의 이야기를 그대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어느 세대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다.

또한 사랑과 연애에 나이는 장애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회적 편견과 솔직한 내면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40대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40대가 인생의 절정이라며,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속내를 과감하게 털어놓는 세 친구들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자신 또는 자신의 아내, 애인, 엄마의 현재와 미래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JTN 서영희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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