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담고 있는 승부사들의 이야기

[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영화 ‘신의 한 수’는 내기 바둑을 소재로 한 액션누아르 영화로, 호쾌한 액션과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명대사들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프로 바둑기사였던 ‘태석’(정우성)이 음모에 휘말려 잔혹하게 목숨을 잃은 형의 복수를 위해 절치부심 끝에 실력을 키워 ‘살수’(이범수)에게 복수의 도전장을 내민다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형태를 띤다.

여기에 영화 곳곳에는 ‘타짜’나 ‘범죄의 재구성’, ‘아저씨’ 등 기존 한국 오락영화 흥행작들의 특징들을 비빔밥처럼 섞어놓은 듯한 친숙한 장면들이 눈에 많이 띤다. 이런 점에서 미루어 볼 때, 영화 ‘신의 한 수’는 완전히 독창적이고 새롭지는 않더라도 기존 작품들의 장점들을 독특한 스타일로 녹여낸 영리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하필 바둑을 소재로 한 것일까? 도박이란 일확천금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투영하고 있어 누아르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그러나 최소한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사라든지, 일반의 인식으로도 바둑은 운이 통하지 않는 냉정하고 공정한 대결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기존의 인식을 과감히 뒤엎고서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승부라 불리는 바둑판에서도 승부를 조작하는 속임수와 암투가 숨어 있다는 기발한 발상과 이를 특유의 상상력으로 흥미롭게 그려낸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또한 직장인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화제가 됐던 인기웹툰 ‘미생’의 사례처럼 바둑은 인생의 축약판이라 느껴질 정도로 인생역경을 풀어내기에 매력적인 소재가 아닌가.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 액션의 쾌감 뿐만 아니라 인생의 무게를 은유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세상이 고수에겐 놀이터요, 하수에겐 생지옥 아닌가.”, “신의 한 수 같은 건 없다. 우리가 둘 수 있는 최선의 수는 그저 하루하루 묵묵히 열심히 살아내는 것 뿐이다.” 라는 영화 속 명대사 속에 여실히 잘 드러난다.

영화는 '패착', '착수', '행마', '포석', '회돌이로 몰기', '사활', '계가' 등 바둑용어를 활용한 챕터식 구성으로 자연스럽게 태석의 복수를 향한 결말로 흘러간다.

무협지를 보는 듯 교도소에서 기연을 만나 마치 다른 사람처럼 환골탈태하는 ‘태석’(정우성)이 펼쳐 나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복수활극은 다소 억지스럽거나 유치하기도 하다.

특히 영화의 키 포인트로 작용하는 멜로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한 점이 많이 아쉽다. 하지만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이를 연기하는 안성기, 김인권 등 명품 배우들의 연기의 합은 다소 느슨한 내러티브의 부족 등 이러한 아쉬운 부분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 준다.

게다가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종로구 관철동 일대 등 우리에게 친숙하고 일상적인 서울의 공간을 담아낸 로케이션은 우리에게 반가움과 동시에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가 불러오는 반전과 같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영화 ‘아저씨’를 떠올리게 만든다. 멋스럽고 수다스러운 음악과 처절한 복수의 강도, 잔인하고 철저한 살육을 담은 액션의 수위, 맨 몸과 나이프를 이용한 군더더기 없는 속도감 있는 액션 등등이 그렇다.

특히 검은색 정장을 아주 멋스럽게 소화했던 ‘아저씨’ 속 원빈처럼 검은 색 정장을 입은 살수 패거리들과 홀홀단신으로 사투를 벌이는 하얀 정장의 정우성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으며, 이 영화가 ‘정우성’을 위한 영화라는 말에 반박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클라이막스에서 태석과 살수의 숨가쁘게 펼쳐지는 일대일 액션신은 모두들 침 삼키는 것 조차 잊게 만들 정도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영화 ‘신의 한 수’는 개봉 17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20일 기준)했을 정도로 화려한 성적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아저씨’와 더불어 청소년 불가 관람등급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 마의 ‘300만’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정체불명의 고수 ‘귀수’를 만나러 향하는 태석과 그 친구들의 뒷이야기를 다룰 속편의 등장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JTN 임귀연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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