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윤보라 기자] 배우 김서형이 영화 '봄'을 통해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든 것을 놓아버린 남편 ‘준구’를 향한 사랑으로 그의 곁을 지키며 다시금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려는 아내 ‘정숙’에 완벽하게 빙의됐다.

그 결과, 지난 7월 마드리드 국제영화제는 절제된 내면 연기와 동양적 아름다움을 보여준 김서형에게 최우수 여우주연상 - 외국어 영화 부문(Best Lead Actress in a Foreign Language Film)으로 경의를 표했다.

조각가의 현숙하고 헌신적인 아내 ‘정숙’을 위해 스타일부터 걸음걸이, 말투, 표정까지 그 자체가 되고자 했던 그녀의 열정이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들과 각국의 영화인들을 매료시킨 것.

특히 김서형은 한복과 양장이 혼용되던 60년대 말에 살던 여인 ‘정숙’의 ‘내적으로 강하고 외적으로는 부드러운 외유내강 캐릭터’를 위해 패션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영화 '봄'에서 의상을 맡은 조상경 실장은 “정숙의 경우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실내복은 양장을, 외출복은 한복을 주로 사용했다. 한복은 요즘 일상복이 아니기 때문에 입으면 아무래도 신경 쓰이고 어색할 수 있다. 그런데 김서형은 본인이 한복은 안 어울릴 거라며 걱정했지만 실제로 입었을 때 고혹적인 목선이며 너무나 아름답게 소화해서 놀랐다"며 "마치 한복을 일상복으로 입던 사람처럼 맵시며 옷 매무새를 매만지는 손길이며 움직임까지 정말 60년대 말 화보에서 튀어 나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고 극찬했을 정도.

김서형은 영화 '봄'을 통해 흑백이 조화를 이룬 체크무늬 한복에 양산을 쓰고 사첼 백을 매치시킨 기품 있고 정갈한 스타일링으로 고급스러운 세련미를 보여주기도 하고, 피치코랄 계열이나 누드핑크 계열의 벨벳 소재 한복에 산호 브로치를 포인트로 동양 여성의 단아함과 순수함을 강조하거나, 이기적인 S라인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양장 원피스로 이지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여성미의 극치를 과시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60년대 복고풍 패션의 진수를 선보이며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한편 영화 '봄'은 지난 1월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인터네셔널 컴피티션 부문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4월 아리조나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Best Foreign Feature), 지난 5월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 최초로 최우수 작품상(Best Film), 최우수 여우주연상(Best Acting Performance Female), 최우수 촬영상(Best Cinematography) 3개 부문 수상, 최다 노미네이트(8개 부문)에 이어, 지난 7월에는 달라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Best Asian Narrative Film)과 최우수 촬영상(Best Cinematography), 그리고 연이어 마드리드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Best Foreign Language Feature Film), 최우수 여우주연상(Best Lead Actress in a Foreign Language Film)까지 수상한 작품이다.

아시아에서도 지난 8월 광주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서는 11년 만에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오는 10월 23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되는 도쿄 국제영화제에는 비경쟁부문 월드 포커스 섹션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특히 김서형은 전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13명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마드리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둬, 그녀의 연기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60년대 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최고의 조각가 ‘준구’(박용우 분), 끝까지 삶의 의지를 찾아주려던 그의 아내 ‘정숙’(김서형 분), 가난과 폭력 아래 삶의 희망을 놓았던 모델 ‘민경’(이유영 분), 이 세 사람에게 찾아온 생애 가장 찬란한 순간을 그린 영화 '봄'은 올 하반기 개봉될 예정이다.

윤보라 기자 borano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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