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가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가 야심적으로 선택한 첫 작품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1964년 걸작 단편소설 ‘싱글 맨(A Single Man)’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는 영국 출신 중년 동성애자의 인생에서 어느 운명적인 날을 무덤덤하게 묘사해 조용한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작은 대학의 영어 교수인 조지(콜린 퍼스가 뛰어난 섬세함과 깊은 애정으로 연기했다)는 16년 동안 함께 살았던 어린 연인 짐(매튜 구드)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 후유증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남자다. 동성애자가 드러나지 않고 소수였던 시대(1962년) 탓에 그는 ‘가족’만 허용된 짐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포드의 영화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내면 세계로의 여행이다. 일생의 가슴 아픈 기억들을 조지의 소소한 일상과 함께 엮어나간다. 멋모르는 학생들 앞에서 자신만이 아는 언어로 소수자를 향한 증오를 이야기한다. 학교를 나선 뒤에는 추파를 던지며 접근하는 스페인계 매춘부에게 딱지를 놓는다.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영국 출신인 샬럿(줄리안 무어)과 저녁 식사를 한 뒤 그날의 마지막 행선지로 짐을 만났던 해변가 술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를 존경하면서 동시에 연정을 품은 어린 학생을 만난다(‘어바웃 어 보이’의 꼬마 니콜라스 홀트가 푸른 눈의 미남으로 성장했다).

포드와 공동 작가 데이비드 스캐어스는 이셔우드의 책에는 없는 서스펜스의 요소를 추가했다. 조지가 그 날이 가기 전에 자살하기로 작정한 일이다. 이 영화는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강렬함과 형식의 우아함이 있다. 포드가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잘 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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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