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소재를 소소한 일상 속에 녹여내…이나영, ‘남장아빠’ 연기 눈길

**감독 이광재/제작 하리마오 픽쳐스/113min/12세관람가/1월14일/한국**

대한민국 대표 미녀배우 이나영이 아빠가 됐다?

이나영이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에서 트랜스젠더 주인공 ‘손지현’ 역을 맡아 생애 최초의 남장 연기에 도전했다. 지난 2008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비몽’을 통해 파격 연기를 선보인 이후 1년여 만이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남자였던 특별한 과거를 가진 여자 지현에게 어느 날 자신을 아빠라 부르는 아들 ‘유빈’(김희수 분)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트랜스젠더란 독특한 캐릭터를 맡았지만 이나영은 여전히 ‘엉뚱 4차원소녀’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지현은 남자였던 과거를 지우고 여자가 됐지만 남자친구 ‘준서’(김지석 분)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어떤 여자 못지않게 지고지순하다. 하지만 준서와 앙큼하면서도 발랄한 ‘밀고 당기기’를 선보이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트랜스젠더란 소재는 가족코미디 장르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게 사실. 하지만 이광재 감독은 가족과 남녀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소소한 일상의 묘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독특한 인물 설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그는 4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살면서 누구나 일련의 선택을 하고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가듯 지현의 삶 또한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방향을 설명했다.

다분히 무거운 주제를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에 녹여버린 것은 연출자의 재량이긴 하나 지나치게 미화했다거나 “만화 같다”는 비난을 피해가기는 힘들 듯하다.

남자가 여자가 됐을 때는 본인의 절박한 고민이 따랐을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부모들 또한 심각한 고충을 겪었을 게 분명하다.

비록 코미디 장르지만 그런 고통과 고민들이 조금 더 진솔하게 묻어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현의 남자친구 준서가 그녀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그런 허전한 뒷맛은 남는다.

‘아빠가 엄마를 좋아해’가 지난해 상반기 가족코미디 열풍을 몰고 왔던 ‘과속 스캔들’을 이을 수 있을지는 오롯이 관객들의 판단에 달렸다.

‘제2의 왕석현’, 유빈 역 김희수의 똘똘한 아역 연기도 풋풋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는 14일 개봉.

JTN평점 ●●●○○

JTN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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