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F 케네디 사망 사건 재구성…1960년대 美 사회상에 주목

**감독 에밀리오 에스테베즈/배급 마운틴픽쳐스/120min/15세관람가/1월28일/미국**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미국의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를 비롯해 데미 무어, 애쉬튼 커쳐, 샤론 스톤, 일라이저 우드, 린제이 로한, 윌리엄 H. 메이시, 헤더 그레이엄, 헬렌 헌트, 로렌스 피쉬번,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마틴 쉰, 크리스찬 슬레이터, 헤리 벨라폰테, 죠슈아 잭슨, 닉 캐논, 그리고 샤이아 라보프까지.

영화 ‘바비’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총집합소’라 해도 좋을 정도로 초호화 캐스팅의 극한을 보여준다. 출연자들 각자가 이름만 들어도 영화 한편은 거뜬히 나올 법한 배우들이다.

△ 린제이 로한과 일라이저 우드(가운데 커플).

다시는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을 것만 같은 이들은 배우이자 감독인 에밀리오 에스테베즈(배우 마틴 쉰의 아들, 찰리 쉰의 형)와의 우정과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며 야망 있는 정치인이던 로버트 F 케네디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배역의 경중을 떠나 출연을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모든 배역진의 평균 출연료만 합산해봐도 약 1억2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이 나온다고.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거의 ‘노 개런티’로 영화에 출연, 의미를 더했다.

△ 데미 무어.

영화 ‘바비’는 로버트 F 케네디가 총격으로 사망하던 날, 사건장소였던 엠버서더 호텔을 중심으로 있었던 일들을 그린 작품. 실존인물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을 가상으로 재구성해 ‘역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공교롭게도 '바비'보다 1주일 전에 개봉하는 홍콩영화 ‘8인:최후의 결사단’ 역시 비슷한 포맷이어서 눈길을 끈다. 두 영화 모두 역사나 정치적인 메시지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집중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 샤론 스톤.

‘이상주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꿈 많고 카리스마 넘쳤던 정치인 로버트 F 케네디. ‘바비(Bobby)’는 그의 애칭으로, 형인 존 F 케네디가 사망한 후에도 인종차별, 전쟁반대, 빈부 격차 해소 등을 추구하는 이상국가를 향한 그의 정치적 행보는 계속됐다.

로버트 F 케네디가 사망한 1968년 6월6일은 그가 대선에 출마해 캘리포니아 예비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날이기도 하다. 에스테베즈 감독은 승리 축하연이 벌어진 그날, 케네디의 행적과 연설 등 실제 화면과 주변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픽션을 교차해 독특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 왼쪽부터 헤더 그레이엄, 마틴 쉰, 헬렌 헌트

초조하게 예비선거 결과를 기다리던 참모진과 선거원들 외에도 히피(애쉬튼 커쳐)에게 마약을 받아 환각상태에 빠진 선거 자원봉사자(샤이아 라보프), 호텔 전화교환원(헤더 그레이엄)과 불륜에 빠진 총지배인(윌리엄 H 메이시), 남편의 불륜을 알아챈 미용사(샤론 스톤), 예비선거 파티에 초청된 알콜 중독 가수(데미 무어)와 그녀의 남편(에밀리오 에스테베즈), 권태기를 극복하려는 중년 부부(헬렌 헌트, 마틴 쉰) 등 당시 호텔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소하게 펼쳐진다.

특히 베트남전으로 인해 만연해진 패배의식이나 젊은이들의 히피문화, 전설적인 그룹 사이몬 앤 가펑클의 노래까지. 1960년대 사회와 문화를 탁월하게 재현해낸 감독의 역량이 빛을 발한다.

△ 애쉬튼 커쳐.

정치적 견해나 애국주의를 떠나 시대에 대한 향수와 인간애가 영화 ‘바비’의 주된 메시지다. 1월28일 개봉.

JTN평점 ●●●◐○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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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이아 라보프(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