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분위기의 크로스오버 무비...배우 엄정화의 열연 '눈길'

**감독 이정호/제작 (주)에코필름/117min/15세관람가/4월15일/한국**

엄정화 주연의 '베스트셀러'는 장르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수수께끼 같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서스펜스 스릴러, 공포, 액션과 드라마에 보이지 않는 심령(心靈) 이야기를 다루는 오컬트까지.

"모든 장르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싶었다"는 이정호 감독의 말대로 '베스트셀러'는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크로스오버 무비'라 할 수 있다.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백희수'(엄정화 분)를 주인공으로 그에게 불어 닥친 표절의혹과 작품을 집필한 선교사 저택에 얽힌 비밀, 그리고 딸에 대한 모성을 그린다.

마을 사람들의 집단 이기주의와 인간성의 상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20여년 전의 끔찍한 사건. 한 작가의 고뇌어린 삶에서 출발해 그가 맞닥뜨리게 되는 사건의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풀어나간다.

극 중반에 가서는 다소 약한 반전과 함께 전환점을 맞게 되며 오컬트적이고 스릴러적인 요소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클리셰가 너무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혼령이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현세의 사람에게 호소하는 것이나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의혹을 받는다는 점, 작가가 표절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점 등 다른 영화에서 이미 본 듯한 줄거리와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는 것.

이와 관련해 감독은 "표절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영화 자체가 표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표절이 아니라 공포나 스릴러 등 장르적인 클리셰들일 뿐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며 연출방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리셰를 뛰어넘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창조력으로 자신만의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감독이 진정 '좋은 감독'이 아닌가한다. 편집, 미장센, 음향, 연기력 등 많은 요소들을 갖췄지만 정작 내용과 표현에 있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준다면 결코 관객들의 마음을 동(動)하게 만들 수 없다.

'베스트셀러'가 건진 쾌거중 하나는 '배우 엄정화의 재발견'이다. 댄스가수나 기존 로맨틱 코미디에서 보여줬던 컬러풀하고(?) 발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무채색에 우울기 가득하고 편집증에 가까운 작가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남편 역으로 분한 류승룡이 "나는 엄정화에 비하면 한 게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영화 '베스트셀러'는 엄정화만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만에 음산한 분위기의 영화에 빠져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 오는 4월15일 개봉.

 Tip!  클리셰(Cliché): 판에 박은 듯한 문구 또는 진부한 표현을 가리키는 용어.



현화영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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