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와 담배(Coffee And Cigarettes, 2003) - 감독 짐 자무시 **

- 너 담배 끊었다며?
- 끊었으니까 한 대 정도는 괜찮아!

가끔 가슴 밑바닥이 덜커덩거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커피와 담배 한 모금의 위로는 실로 위대합니다. 커피 잔을 앞에 두고 주고받는 눈빛에 열 마디 말이 있고, 허공에 흩날리는 한 줄기 담배 연기에 백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짐 자무시의 ‘커피와 담배’는 만든 시기와 장소, 스태프와 배우가 서로 다른 11가지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엮은 영화입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씨실과 날실로 교묘히 짜서 출렁이는 물결로, 흩어지는 연기로 만들었지요. 그리고 그 격자무늬 탁자보 위에 견고한 생이 올려집니다.

시인 박정대는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피운다, 삶이라는 직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예컨대 주부에게는 삶이라는 집이 있지요. 남편과 아이의 출근과 등교 보내는 일을 끝마치면 시작되는 다정한 시간이 있지요. 커피를 마시며 만끽하는 텅 빈 시간은 집에 붙박여 있는 가구 같은 거예요. 알아주는 이 없어도 있으면 좋은, 식탁 같은 존재이지요. 물론 그 위에 커피 잔을 하나 더 올려놓는다면 더욱 좋고요.

앞 생의 일 다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모두 쓸쓸한 삶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커피와 담배는 우리의 훌륭한 벗이 됩니다. 어색한 공기의 흐름을 메워주는 간편한 도구며, 삶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찰나에 빚어지는 빛나는 여백입니다. 그러나 조심하길. 금연자에게 이 영화는 독이라는 사실을.

 Tip!  이 영화는 1인2역을 한 케이트 블란쳇의 사촌을 제외한 모든 출연 배우가 실명을 쓰며,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가 실제 유명 배우로 출연합니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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