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탄 다음 묘지라는 이름의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정거장을 가면 엘리시안 필즈, 낙원이라던데요.
- 저걸 타시면 됩니다.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뉴올리언스의 빈민가 마을에 도착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려고 합니다. 그녀는 과거 남부에서 누구보다 화려하게 지내왔어요. 남들은 몰락했다 하지만 천만에요, 누구든 그녀를 보기만 하면 친절하게 대해준답니다. 여동생 집에 기거하게 된 그녀는 여동생 남편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요. 마초 기질의 그는 도무지 그녀가 탐탁지 않습니다. 세상과 동떨어진 그녀가 그의 눈에는 어딘가 많이 이상해 보였거든요.

희망은 욕망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삶은 여기 있는데, 그리움이 넘쳐나면 우리는 환상 속에 있게 됩니다. 그리고 환상이란 얇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허상 같은 것이지요. 사실 그녀는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해 결핍을 채우려 했어요. 그러나 절망과 상처라는 결핍은 오로지 스스로의 것이기에 그녀는 끝내 고독합니다. 현실에 대한 분노를 도박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남자, 그럼에도 그 남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언니도 잡지 못한 여동생, 컴컴한 어둠 속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 그들 모두는 나름의 방식대로 삶을 견뎌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녀는 산산이 부서진 현실의 날카로운 파편에 비고 맙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끈적끈적한 온갖 욕망의 기운들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마침내 폭발하지요. 이 영화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원작자인 테네시 윌리엄스는 또 다른 작품 ‘유리 동물원’에서도 잔인한 현실에 가로막혀 비현실적 환상에 허덕이는 인물들을 그렸습니다. 그들은 마지막 부분에서 “새로운 내일을 위해서”라며 희망을 말하지요. 그리고 그녀도 의사의 손에 이끌려 낙원으로 향합니다. 그곳은 그녀의 종착역이었을까요? 지난한 삶과 부푼 희망 사이에서, 우리는 어디쯤에 머물러 있을는지요.

Tip!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서울 대학로 한 공연장에서 막이 올랐습니다. 배우 배종옥 주연의 이 공연은 5월23일까지 계속됩니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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