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이트 스토리(The Straight Story, 1999) - 감독 데이빗 린치 **

- 저 무거운 걸 잔디깎이 기계에 달고 그 먼 길을 어떻게 가시려고요?
- 형님을 꼭 만나봐야겠어. 내 힘으로 해내고 싶구나.

스트레이트는 길을 떠나려 합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언어장애 딸과 천천한 시간을 살던 73세의 스트레이트 할아버지는 중풍으로 쓰러진 형을 만나러 갑니다. 형제는 어릴 때 가난한 환경 속에서 춥지만 꿈을 키우며 자랐어요. 둘은 여름이면 마당에 나와 잠들 때까지 별을 바라보곤 했지요.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위로하고, 가고 싶은 곳을 떠올리며 가슴에 별을 품었습니다. 그때 그들에게 가난 따위는 별일 아니었어요.

눈이 나빠서 운전도 못하고 남에게 신세지고 싶지도 않은 스트레이트는 잔디깎이 기계에 짐수레를 매달고 6주간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독특한 여행길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지요. 그는 가출소녀에게 나뭇가지 묶음의 위력을 비유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기도 하고, 비슷한 연배의 친구를 만나 전후의 고통을 나누며 눈물짓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모두는 사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어요. 형제에게는 10년의 빈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는 오해와 분노와 헛된 자존심, 그리고 그놈의 술이 놓여 있었지요.

그리하여 스트레이트는 시속 5마일의 생의 속도를 유지하며 모든 곤경을 자신의 의지로 헤쳐 나갑니다. 그에게 이 길은 참회의 길이자 치유의 길이므로. 비가 오면 잠시 쉬고, 내리막길에서 곤두박질치기도 하면서 길 위를 느리게 움직입니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을 아무것도 없어요. 이 여행은 당신이 지나왔고 당신이 지나갈 오랜 여정이니까요.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어떤 길이든 결코 늦은 길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저기 형의 숨결이 코앞에서 느껴지네요. 형제는 다시 함께 별을 바라봅니다. 어느 맑은 여름날처럼.

Tip!  스트레이트 역을 맡은 리차드 판스워스는 이 영화로 첫 주연을 맡으며 2000년 최고령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릅니다. 그러나 일생에서 가장 빛났던 그 해 그는 자택에서 스스로 삶의 길을 멈춥니다. 그의 나이 79세였습니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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