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왜 울죠?
- 너무 행복해서… 두려워요.
- 불안해하지 말아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남자는 모로코 출신 노동자입니다. 카센터 일을 마치면 아랍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일이 일상의 전부랍니다. 그들 모두 사회와 철저히 고립된 채 살아갑니다. 어느 날 술집으로 그보다 20살이 많은 노년의 미망인이 들어옵니다. 청소부 일을 하는 그녀의 일상 또한 피곤과 외로움으로 점철돼 있었지요.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대해 설파했습니다. 고립에 의한 불안을 피하기 위해 혹은 동질감으로부터 오는 안정을 뿌리치지 못해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선택한들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영혼입니다. 여자와 남자는 고립이 두려웠어요. 여기저기 모난 영혼이기에 결핍된 자리가 못내 그리웠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너무도 불안하고 이상한 사랑은 시작됩니다. 세상의 단단한 시선과는 너무도 무관하게.

조용미 시인은 “외로움에 빠진 나의 영혼을 누가 불안하게 하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고독을 그에게 조금 나눠주려고 했어요. 그는 그의 불안을 그녀에게 조금 덜어놓으려 했지요. 그러나 시선의 무게가 걷힌 뒤에도 고독과 불안은 여전한 것이어서 그들은 불가피하게 서로를 밀어냅니다. 무릇 존재 사이의 벽은 밖이 아닌 안에서 만들어진다던데, 출처도 없는 그들의 벽은 점차 높아집니다. 남자가 떠난 뒤 여자는 아픔의 벽을 허물고 일어서고, 마음으로부터의 자유를 찾은 그들은 불가피하게 재회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일어서지 못하네요. 왜 불안의 끈은 이토록 길고 질긴 것일까요.

Tip!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 엘 헤디 벤 살렘은 감독 파스빈더의 동성연인이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독일은 실제 너무 두렵고 이상한 세계여서 그는 어느 날 세 사람을 살해합니다. 그리고 감옥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요. 이후 파스빈더 또한 약물과용으로 그의 뒤를 따릅니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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