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벤더스 감독의 신작...팔레르모의 풍광과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다

**감독 빔 벤더스/수입 ㈜스폰지이엔티/108min/15세관람가/4월22일/독일**

[JTN뉴스 현화영 기자] “나의 모든 영화는 장소에 대한 강한 유혹 속에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 속 배경은 언제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등 이국적 풍광을 캔버스 삼아 인생에 대해 곱씹어온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 신작영화를 들고 찾아왔다.

이번에는 넘치는 부와 명성에도 늘 공허하기만한 주인공 ‘핀’(캄피노)과 함께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팔레르모를 여행한다.

영화 ‘팔레르모 슈팅’은 이제는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어버린 거장의 삶에 대한 관조적인 자세와 진지한 인생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삶과 죽음, 예술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분열된 심리를 통해 우리가 앞으로 살아 나가야할 삶의 방향과 진실한 깨달음을 전한다.

소위 ‘잘 나가는’ 포토그래퍼 핀은 언제나 많은 일과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외로움이란 단 1초도 느낄 틈도 없는 듯 보이는 그지만 늘 공허한 기류는 그를 휘감고 있다. 어느 날 핀은 우연히 촬영차 들르게 되는 팔레르모를 혼자 여행하게 된다.

핀은 팔레르모(‘모든 항구의 어머니’란 별칭을 가졌다)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해 마지않고, 아름다운 그림복원가 ‘플라비아’(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도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노인의 화살에 의해 습격당하는 환영에 때때로 휩싸이게 되고,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노인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핀을 쏘려고 하는 것일까. 마치 동양의 저승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이 노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핀을 점점 옥죄어온다.

내용상으로 보자면 환상동화나 오컬트에 가깝지만, 벤더스 감독은 판타지와 사실적 영화의 공간을 철저히 구분 짓는다. 마치 관객들 스스로가 주인공 핀과 함께 팔레르모라는 도시를 여행하며 자아분열의 상태를 경험케 하려는 듯한 고도의 전략으로도 보인다.

실재하는 세상과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은 얼핏 보면 같은 세상이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눈을 통해 보고 싶은 영상만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생의 모습 또한 그렇다.

벤더스 감독은 세상을 카메라에 담는 일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그가 자아를 통해 보려는 세상의 모습과 그 외 실재하는 세상의 모습은 차이가 있음을 주지시킨다. 그리고 누구나 태어나 한 번쯤 겪을 법한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한 고뇌를 표출한다.

또한 감독은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배경음악을 곳곳에 배치해 시각 뿐 아니라 청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핀이 자신의 귀에 꽂은 이어폰 속 음악은 고민과 갈등을 잠시나마 해소시켜주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오랜만에 빔 벤더스 감독을 만날 수 있어 영화팬들에게는 좋은 소식될 듯. 밀라 요보비치, 데니스 호퍼 등 반가운 얼굴들도 눈에 띈다. 오는 4월22일 개봉.

Tip!  핀 역할의 캄피노는 1980년대 독일 펑크밴드의 부흥을 알린 주인공이자, 인기그룹‘디 토튼 호젠(Die Toten Hosen)의 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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