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일상에 관한 통찰 돋보여
“경남 통영으로 떠난 휴가 같은 작품”

**감독 홍상수/제작 전원사/116min/청소년관람불가/5월5일/한국**

[JTN뉴스 현화영 기자] 일상에 대한 날카로우면서도 해학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홍상수 감독의 10번째 영화 ‘하하하’는 짤막한 여름휴가 같은 작품이다.

‘문경’ 역의 김상경과 ‘중식’ 역의 유준상의 흑백 스틸사진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지난여름 경남 통영으로 떠난 휴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국 한 공간에 같은 인물들과 함께 있었던 아이러니한 두 사람의 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홍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역시 기존작들보다 따뜻해지고 부드러워진 필체를 보여준다.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문소리가 “홍 감독님은 이제 이불을 덮어주신다”고 표현했듯 지나친 성 묘사와 노출을 지양하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이라는 세계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

3D와 4D 기술의 영화가 세계 영화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요즘, 그는 잦은 줌인과 아웃, 팬(PAN), 롱 테이크 등 고전스럽다 못해 낡아 빠진(?) 카메라워킹을 시도 때도 없이 선보인다. 어쩌면 그게 홍상수식 영화의 매력이라 해도 좋을 만큼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재미있다’.

영화감독 지망생이자 캐나다 이민을 꿈꾸고 있는 문경, 가정이 있는 영화평론가이지만 스튜어디스인 ‘연주’(예지원 분)를 사랑하는 중식. 두 사람이 통영에서 만난 문화 해설사 ‘성옥’(문소리 분), 젊은 시인 ‘정호’(김강우 분), 선박회사 비서 ‘정화’(김규리 분), 복국집을 운영하는 문경의 어머니(윤여정 분) 등 인물들은 여러 이유로 얽히고설켜 있다.

이런 상황들은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는 홍 감독 영화 특유의 매력을 내뿜으며 소소한 일상에 웃음 짓게 만든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으로 분해 문경의 꿈속에 나타난 김영호의 깜짝 출연은 감독의 엉뚱한 상상력을 대변해주며 영화와 현실을 구분 짓는다.

제목인 ‘하하하’는 글자 하나하나에 의미를 뒀을 수도, 그저 웃음소리를 뜻하는 의성어일 수도 있다. 언론시사회에서 홍상수 감독은 “촬영 직전 택시를 타고 가다 어떤 식당 간판의 글자가 잘못 돼서 ‘하’ 자의 ‘ㅎ’이 2개나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하하하’란 제목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생활 속에서 우연히 기막힌 제목을 발견해내는 감독의 기지가 그의 영화랑 무척 닮아 있다.

제목 때문인지 이제 관객들 역시 그의 영화를 쉽고 편하게 볼 수 있게 된 듯. 극장에는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고 김상경 유준상 문소리 등 배우들의 연기에도 푸근함이 느껴진다. 고향이 부산이라는 문소리는 경상도 사투리와 표준어를 적절히 배합한 특이한 말투로 시선을 끈다.

삶이 힘들고 지치게 느껴질 때마다 여름 한 자락, 아름다운 풍광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짧은 휴가는 나머지 일상을 살아가는 희망이자 원동력이 되곤 한다.

홍상수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외롭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고 유쾌하다는 점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이제는 ‘관록’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한 여유가 느껴진다. 11번째 영화는 어떤 에피소드(혹은 파격?)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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