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국제영화제는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가 연다. 산업과 예술 사이에서 성공적인 줄타기를 하고 있는 칸국제영화제다운 선택이다. 티에리 프레모 사무총장은 “리들리 스콧의 이 걸작은 세계 관객과 칸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며 영화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려 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은 거장과 신예 감독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모 사무총장은 경쟁부문 선별 기준에 대해 “유럽과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인의 장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처럼 경쟁작 목록에는 '너는 나의 기쁨(You, My Joy)'으로 영화제를 찾는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로즈니타사 등 처음으로 칸의 레드 카펫을 밟는 신예 감독이 아홉 명이나 자리하고 있다.

가장 많은 경쟁작을 배출한 국가는 역시 프랑스다. 우선 베르트랑 타베르니의 '몽펭지에 공주 (La Princesse de Montpensier)'와 자비에 보부아의 '사람들과 신들(Des Hommes et des Dieux)'이 올랐다. 이들은 각각 20년, 15년 만에 칸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배우 출신 감독 마티유 말마릭은 '순회공연(Tournee)'으로 칸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았다.

공식적인 프랑스 영화는 세 편이지만 실제로는 여기에 두 편을 더 추가해야 옳다. '영광의 날들'(2006)로 단체 남우주연상이라는 기록을 남긴 알제리계 프랑스 감독 라시드 부샤렙의 '법외자(Hors la Loi)'가 있으며, 차드 출신으로 소개됐지만 16년간 프랑스에서 활동한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소리치는 남자(Un Homme Qui Crie)'가 이에 포함된다.

경쟁작 중 최고의 화제를 일으킬 만한 영화는 더그 라이먼의 '페어 게임(Fair Game)'이다. '본 아이덴티티'(2002),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를 성공적으로 연출한 그의 이번 작품은 CIA 요원을 다룬 스릴러다. '비밀과 거짓말'(1996)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바 있는 마이크 리는 '또 한 해(Another Year)'로 수상을 노릴 예정이다.

이 밖에 '바벨'(2006)로 감독상을 수상했던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연출한 '비우티풀(Biutiful)' 등도 강력한 경쟁 후보다.

한편 비경쟁부문의 라인업도 즐겁다. 티에리 프레모가 “언제나처럼 초대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경쟁부문 초청을 거절한”이라고 말한 우디 앨런의 '크고 비밀스런 낯선 이를 만날 거야(You Will Meet a Tell Dark Stranger)', 개봉일까지 연기하는 수고로움을 마다 않은 올리버 스톤의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를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듯. 축제의 막은 오는 5월12일에 오르고, 예순세 번째 황금종려상의 행방은 5월23일에 밝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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