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Breath, 2007) - 감독 김기덕 **

- 9살 때 친구들이랑 물속에서 누가 오래 참나 숨 참기를 했는데 물속에서 눈을 떠보니까 다 너무 오래 참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나도 끝까지 참으려고 했는데… 눈 뜨니까 친구들이 울면서 날 내려다보고 있더라고요. 내가 5분간 죽었었데요. …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말해봐요.

문태준 시인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고 말했지요. 죽음을 앞둔 사형수 남자가 또다시 기도를 찔러 구멍을 냅니다. 남들은 자살이라 말하지만 남자에게는 살기 위한 극한의 몸짓일는지 몰라요. 그런 남자가 여자는 왠지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남편의 외도와 텅 빈 시간, 여자에게는 집이 감옥과 다를 바 없었거든요.

그리하여 여자는 남자를 찾아갑니다. 면회실을 온통 계절 사진들로 도배하고 온갖 계절 노래들을 남자에게 불러줍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세계는 일견 합쳐지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가짜 세계인 걸요. 서로에게 간절히 온기를 전하고 팔딱팔딱 뛰는 생명을 불어넣지만 소통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습니다.

권혁웅 시인은 “들숨과 날숨 사이, 거기 그렇게 당신이 있어요”라고 말했지요. 그들에게도 황홀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입 안 가득 꽃향기를 머금은 듯 달콤한 계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숨을 뱉고 나면 금세 식어버리듯 따뜻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요. 그래도 꽃 진 자리가 마련되어야 또다시 꽃 피울 수 있는 거겠지요. 꽃이 지는 순간은 너무 아프지만 꽃이 피고 지는 사이, 거기 그렇게 우리가 있어요. 낮과 밤이 합쳐져 하루가 되듯 당신의 들숨과 나의 날숨이 합쳐져 삶은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삶은, 당신과 나의 숨(breath)은, 길고긴 한 호흡입니다.

Tip!  김기덕 감독의 14번째 영화 ‘숨’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함께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나란히 진출한 바 있습니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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