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더(Mother, 2009) - 감독 봉준호 **

- 뭐가 생각났어?
- 중요한 거. 엄마가 나 죽이려고 했던 거. 다섯 살 때 맞지. 그때 나 죽이려고 박카스에 농약 타서 먹였잖아.

영화의 막이 오르면 한 여인의 춤이 시작됩니다. 아무렇게나 차려 입은 옷에 머리는 산발이고 표정은 없습니다. 몸짓은 기이하고 눈빛은 아픕니다. 쓸쓸한 갈대밭 위로 흐느적거리는 어깨뿐 사방은 고요합니다. 이것은 차라리 삶을 침묵으로 맞서려는 자의 춤사위입니다. 아닙니다. 모호한 현실의 문을 두드리고 기어코 삶을 이어가려는 자의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인생은 덜커덩, 뽕짝처럼 흔들립니다. 목적도, 갈피도 없이.

엄마는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둘이서 살아갑니다. 아들은 아무것도 채워 넣지 않은 백지 같아서 엄마는 늘 마음을 놓지 못하고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봅니다. 어느 날 아들이 살인자로 몰리자 엄마는 아들의 기억을 복구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그러나 상기해야 할 것은 쉽게 회상되지 않고, 결코 발설되지 말아야 기억은 끝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살아 있기가 힘들어 그만 놓아버리려 했던 슬픈 기억. 엄마는 괴로움을 밖으로 분출하다가 아픔을 안으로 삭이고 맙니다.

독무에서 시작한 영화는 군무로 끝을 맺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욕망한다는 뜻이겠지요. 욕망과 욕망이 만나지 못하고 충돌할 때 문득 슬픔은 피어납니다. 슬픔은 무섭고 무기력하며, 돌이킬 새 없이 오늘은 또 시작됐으니 뭐 어쩌겠어요. 그럴 때는 덜컹이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어깨를 살짝 움직여보세요. 두 엄지손가락을 수줍게 펴고 좌우로 흔들어줘도 괜찮겠지요. 망각의 춤이자 위로의 춤, 인생이라는 역설의 춤을…. 어깨와 어깨가 만나면, 붉은 역광이 머리 위로 쏟아질지도 몰라요.

Tip!  이 영화는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을 만든 봉준호 감독 작품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각종 상을 받으며 그 뛰어남을 인정받았습니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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