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온라인뉴스팀] 6.25 전쟁 직후 한국 근대 조각은 서구 아카데미즘에 따라 석고를 이용해 인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당시 미술대학의 커리큘럼도 두상과 흉상, 입상, 군상 등 인물조각 위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1950년대 중반부터 해외 조각계로부터 철과 용접이라는 새로운 재료와 기법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젊은 조각가들은 새로운 표현방법에 자극받았고 서울대 미술대학에 다니던 송영수(1930~1970)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대학 3학년이던 1953년 여인 입상으로 국전에서 특선한 이후 내리 4년간 특선을 하며 27세의 젊은 나이로 최연소 국전 추천작가가 됐던 송영수는 1957년 국전에 그간 해왔던 것과는 다른 작품을 내놓았다.

당시 흔했던 철판 드럼통을 잘라 펴놓고서 작두로 자르고 용접하는 과정을 거친 '부재의 나무'와 '효'는 당시 석고 인물상 일색이던 국전에서 흔치 않은 철조각품이었다. 또한, 인체를 기본 형태로 하되 나무나 새를 결합시킨 형상은 새로운 경향의 추상 조각이기도 했다.


작가의 작고 40주기를 맞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3일 개막하는 '한국 추상 철조각의 선구자 송영수'전은 제목 그대로 한국 조각계에 생소했던 용접 철조각을 과감히 시도했던 송영수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전시다.

1957년 국전 출품 이후 작가는 꾸준히 자신만의 용접조각을 발전시켜 나간다. 1958년 가톨릭에 입교한 작가는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모습을 표현한 '십자고상'(1963)이나 '순교자'(1967) 같은 종교적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1965년 한일 교류가 재개되고 동판이 수입되면서 작가는 철 대신 동판을 이용해 용접작품을 제작했다. 용접조각 기법은 나날이 발전했고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머리를 길게 숙인 새의 모습을 형상화한 1969년작 '새'나 한 몸통에서 갈라져 나온 듯한 집게가 서로 대치하고 모습의 '대립'(1967) 같은 작품에서 용접 조각의 기법과 표현의 완성도는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다.

늘 스케치북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전차나 버스 속에서도 스케치했고,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자다가도 일어나 머리맡에 놓인 스케치북을 찾을 정도로 열정적이었지만 작가의 작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작가는 1970년 정부로부터 요청받은 경부고속도로준공기념탑을 제작하던 도중 40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설계안만 남은 기념탑은 후배들의 도움으로 완성돼 추풍령에 세워졌다.

제자인 강희덕 고려대 교수는 12일 "매끈하지 못한 용접자국, 휘어 있는 선, 나사가 빠지듯 헐겁게 놓아둔 부분 등은 모두 송영수 작품의 특징인 유연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차가운 쇠붙이를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도록 만들었다"고 스승의 작품을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2월26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초기용접조각부터 작고 직전 시도했던 테라코타 작품까지 시기별 대표작들을 볼 수 있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형성되고 전개되는 과정을 담은 드로잉북 99권과 각종 자료도 함께 전시된다.

오는 23일에는 미망인 사공정숙 고려대 명예교수가 회고하는 작가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관람료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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